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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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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10 조회수841 추천수4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50년간에 걸친 바빌로니아에서의

유배를 끝내고, 꿈에도 그리웠던 고국으로

귀환하던 유배자들의 마음은 참으로

감격스러웠고, 고국산천이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들의 가슴은 두근

세근 반 희망으로 설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고국 땅에 도착해보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너무나 절망적이고

처참한 것이었습니다.

영원할 것처럼 견고했던 도성들은

자취도 없이 허물어져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심장이요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예루살렘 성전은 철저하게도

파괴되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차지하고 있던

삶의 자리는 이민족들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아있던 동족들은 이교 문화와

우상숭배에 푹 빠져 영혼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청춘과 목숨까지

바쳐가며 독립 운동에 매진하다가,

해방의 기쁜 소식을 듣고,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귀환하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받은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에 참 슬퍼졌습니다.

친일파들은 어우선하고 혼란스런

정국을 틈타, 어느새 자신들의 신분을

세탁하고 또 세탁해서, 새로 수립된

정부의 주류이자 기득권 세력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고 그 명맥을

오늘날까지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국가와 민족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던 독립 유공자들에게

다가온 것은 또 다른 박해요

철저한 냉대였습니다.

때로 하느님께서는 이찌 그리 무심하신지...

하느님께서는 암울했던 시절,

길잃고 방황하던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일으키기 위해 보낸 사자(使者)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구약시대 예언자들이었습니다.

오늘 첫번째 독서에서 소개된 말라키 예언자 역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유배에서의 귀환 이후, 이스라엘에는

사실 더 이상 왕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백성들의 시선은 성전 재건 작업의

주인공들이었던 성전 책임자들,

곧 사제들에게로 향했습니다.

뜻밖에도 그들은 신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재정 전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또한 큰 파워를 지니게 되었고,

그에 따른 극단적 세속화와

부정부패가 뒤따랐습니다.

이런 위기 시대에 등장한 말라키

예언자는 당시 이스라엘에서 횡행하고 있던

온갖 악습과 그릇된 예배행위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특히 말라키 예언자는 사제들의 직무에 대한

게으름과 나태함을 강하게 꾸짖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우상숭배와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대한 불충실,

이방인들과의 혼인에 대해 질책합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예물 봉헌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합니다.

말라키 예언자가 신랄하게 경고하고

직책하는 내용 하나하나가

어찌 그리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흡사한지, 섬뜩할 정도로 유사합니다.

특히 총 6개의 신탁 가운데 두번째 신탁은

사제들의 타락을 강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말라키 예언자의 눈에 들어온

당시 사제들의 문제점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봉헌하는 예물은 가장 값지고

흠없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더러운 빵과 훔친 가축,

병들거나 절뚝거리는 가축을 무성의하게

예물로 바쳤던 것입니다.

말라키 예언자가 활동하던

당시 예루살렘 성전의 주도권은

레위 가문이 아니라 사독 가문의 손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즈루빠벨의 호위 아래

예루살렘 성전이 재건될 당시

모든 권한과 임무를 장악하게 되었고,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힘과 돈, 정치력까지 한 손에 쥐고 있으니

자연스레 타락과 부정부패의 길은

불을 보듯 뻔했던 것입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교회가

막대한 경제력을 지닌다던지,

세속적 권력과 긴밀히 결탁하게 될때,

타락과 비리, 부정부패는 마치 공식처럼

이어지게 됩니다.

오늘 우리 교회 역시 지나친 경제력을

쥐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높은 위치로 올라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세속의 권력과

지나치게 친밀한 상태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교회는 세상 사람들보다

훨씬 더 세상적인 마인드로 재물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재물보다 잿밥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교회 역시 세상의 개발 논리에

깊이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우리를 향한 말라키 예언자의

경고는 날카롭기만 합니다.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만군의 주님이 말씀하신다.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 두지 않으리라.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말라키서 319~20)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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