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10 조회수1,748 추천수13 반대(0)

오늘은 압구정((狎鷗亭)과 반구정(伴鷗亭)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압구정은 조선시대 최고 권력을 지녔던 한명회((韓明澮)가 지은 정자입니다. 지금 그 정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작은 표시석만 있다고 합니다. 압구정의 의미는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입니다. 한명회의 삶은 친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자신의 권력과 부를 과시하였습니다. 자신의 뜻에 어긋나는 사람은 제거하였습니다. 그의 화려함의 뒤에는 살생부(殺生簿)가 있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압구정처럼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생육신의 한명인 김시습은 한명회에 대해서 젊어서는 나라를 망치고,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힌다.’라고 혹평했습니다.

 

반구정 역시 조선시대 최고 권력을 지녔던 황희(黃喜)정승이 지은 정자입니다. 지금도 반구정은 임진강 강가에서 찾아오는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반구정의 의미도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입니다. 권력과 부를 과시하는 친함이 아니고, 동등하게 함께하는 친함입니다. 황희 정승이 반구정에서 지는 해를 바라볼 때 사람들은 그가 황희 정승인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한명회의 삶은 적과 아군을 나누는 삶이었습니다. 적은 제거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황희 정승의 삶은 시비(是非)를 가리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바른 것은 이야기하지만 그른 것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는 반구정처럼 황희 정승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따뜻합니다.

 

예루살렘에는 올리브 산이 있습니다. 산의 정상에는 주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성당이 있고, 그 아래에는 주님의 기도를 기념하는 성당이 있습니다.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주님께서 예루살렘의 앞날을 생각하며 비탄에 잠겨 눈물을 흘리셨다는 기념 성당이 있습니다. 주님의 눈물 성당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화려한 황금색의 사원이 보입니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걸 기념하는 사원입니다. 그 곳에는 바위가 있는데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했던 바위라고 합니다. 유대인들은 그곳에 솔로몬의 성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2000년 전 무너져 내린 성전의 벽이 남아 있는데 유대인들은 그 벽을 통곡의 벽이라고 부릅니다. 가톨릭은 그곳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시고 묻히신 곳이라고 합니다. 같은 장소에 유일신을 믿는 3대 종교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역사의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한 지붕 세 가족이 평화의 도시에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솔로몬의 성전도, 예수님의 무덤도, 무함마드의 승천도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겁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일까요? 하느님의 의로움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입니다. 그것만이 유한한 시간과 유한한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우리가 영원한 삶을 향해 나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하느님, 당신 종의 기도와 간청을 돌아보시어, 오늘 당신 종이 당신 앞에서 드리는 이 부르짖음과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사옵니다. 하느님의 집 문간에 서 있기가, 악인의 천막 안에 살기보다 더 좋사옵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기적을. 그분은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시고, 굶주린 이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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