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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형에게 심부름꾼 보냄[21]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66]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01 조회수1,15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1. 형에게 심부름꾼 보냄

 

야곱은 그래도 라반 외숙의 축복을 받으며 해피엔드로 하란에서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그가 머문 브에르 세바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쌍둥이 형 에사우를 피해 부모님과 작별한 후 이십 년 만이다. 간단한 단봇짐에 홀로 떠나온 고향으로 요르단 강을 건너고자, 지나온 그 길을 따라 떠났다. 두 아내와 열두 자식, 수많은 양과 염소뿐만 아니라 여종과 남종, 낙타와 나귀들을 거느리고 가는 길이다.

 

두 딸과 손자들에게 입 맞추고 축복해 준 다음, 하란으로 돌아간 라반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 이십 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가나안을 향하는 그 발길에 형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다가온다. 부모님은 이제 연로하시어 자신 건강 챙기기에도 여의치 않으실 게다. 문제는 형 에사우의 노여움을 어떻게 사로잡는 게 앞으로의 관건이다. 그는 이런저런 여러 근심걱정이 엄습하는 그 도중에 하느님의 천사들과 갑자기 마주쳤다.

 

야곱은 그들을 보고 이곳은 하느님의 진영이구나.”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탄의 말이 새어나왔다. 브에르 세바를 떠날 때 베텔의 그 층계를 오르내린 하느님의 천사들(28,12)이 나타난 거다. 그리고 동시에 그 위에 서 계셨던 하느님의 말씀이 똑똑히 들려왔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28,15)

 

그리하여 야곱은 하느님이 자신을 앞날의 위험에서 보호해 주신다는 것을 순간 직감했다. 천사들이 나타나면서 형에 대한 그간의 부담도 어느 선까지 사그라지는 것 같다. 자애로우신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면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용기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그곳의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하였다. 이는 양 진영’, ‘두 떼를 뜻한다. 하나는 하느님의 천사들이요, 또 하나는 형 에사오일 게다. 형은 사냥꾼으로 칼잡이다(25,27; 27;40).

 

어차피 한 번 건너뛰어야 할 고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집안의 짐을 지고 있는 형님이기에 관대한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런 그에게 베텔의 그 천사들이 나타나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 순간 야곱은 형에 대한 두려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야곱은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야곱은 하느님의 도우심만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형의 환심을 사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는 에돔 지방 세이르 땅에 있는 형 에사우에게 자기보다 먼저 심부름꾼들을 보내면서, 그들에게 당부하였다. “너희는 나의 주인인 에사우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그는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인간적 지혜를 총동원하여 백방으로 머리를 싸매어, 어쩌면 쌍둥이 형에게 비굴하리만큼 자신을 낮추면서 문안을 올리게 한다. 마치 형에게 큰 죽을죄를 지은 동생 꼴을 한 모습으로.

 

나리의 종인 야곱이 이렇게 아룁니다. 저는 하란에 계시는 라반 외삼촌 곁에서 이십 년 그 긴 세월을 나그네살이하며 이제까지 그곳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브라함 할아버지이자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의 도움으로 소와 나귀, 양과 염소, 남종과 여종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동생인 야곱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십사고, 이렇게 사람들을 보내어 주인님께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이렇게 그는 하인들을 통해 그간의 삶을 전하는 것은 물론, 지금은 나름으로 상당한 재산을 가졌다는 것을 형에게 넌지시 자랑스럽게 전하게 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리의 종 야곱이란 표현은 앞으로 형에게 복종하겠으며, 전에 가로챈 축복마저 형에게 다 돌려줄 수 있다는 제안도 담겨 있다는 뜻일 게다. 그리고 좀 재산이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은 형이 원한다면 자기의 재산을 기꺼이 나누며, 나아가 아버지의 유산을 형에게 완전히 양보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으리라.

 

이처럼 야곱은 형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나름대로 느끼고 있고, 나아가 아직도 형의 노여움의 다 풀리지 않아 예상되는 복수에 대한 두려움도 숨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형의 이해를 구하고자 형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형 에사우와 화해하길 진심으로 소망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형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그인지라, 이제부터는 형으로부터 나름대로 은혜를 입으려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졸이면서 심부름꾼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22. 두려움과 기도‘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베텔,하느님의 천사,에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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