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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성경과 전례, 그 불가분의 관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5,331 추천수0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성경과 전례, 그 불가분의 관계

 

 

교우들은 성물과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거나 집과 사무실, 공장 등에 새로 입주하면 사제에게 축복(Benedictio)을 청합니다. 하느님의 복인 은총을 기원하는 행위는 교회의 오랜 전통이자 교회 공동체가 꼭 해야 할 사명입니다. 그런데 유독 성경은 축복을 받지 않습니다. 성경은 읽고 들음으로써 은총을 받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그냥 집에 둔다고 해서 복을 받지는 않습니다. 성경을 읽거나 듣고 묵상하며 그 말씀대로 살아갈 때 하느님의 참된 복을 받게 됩니다.

 

성경이 가장 큰 생명력을 얻는 곳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전례 헌장> 7항)하는 전례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기반으로 형성된 전례 역시 성경을 통해 활력을 얻습니다. 곧 성경과 전례는 호환성을 지닙니다. 성경이 낭독되고 묵상되는 마당을 전례라고 하면, 전례는 성경으로 인해 생명력을 얻고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계속 수행할 힘을 얻습니다.

 

교황청 성서위원회가 1993년에 발표한 <교회 안의 성서 해석>이라는 문서에서 ‘전례는 말씀이 선포되는 마당으로서 성경과 핵심 관계를 맺는다’고 설명합니다. “전례, 특히 성찬례 거행을 그 정점으로 하는 성사 전례는 성서 본문의 가장 완전한 현실화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전례는 하느님께 가까이 가려고 그리스도 주변에 모인 믿는 이들의 공동체 한복판에 말씀의 선포가 자리 잡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교회 안의 성서 해석>이 나오기 전에 이탈리아의 전례학자인 마르실리(S. Marsili)는 성경과 전례의 관계를 더 넓은 지평에서 설명했습니다(1974년). 이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의 관계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통해 읽힌 사건이 전례에서 실현됩니다. 이렇듯 성경은 전례에서 해석이 지성적으로 힘든 연구가 아니라 구원의 역사의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항상 구체화됩니다.”

 

교황청 성서위원회의 ‘성서 본문의 가장 완전한 현실화’와 마르실리의 ‘성경에서 읽힌 사건이 전례에서 실현’이라는 표현은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1963년 12월 4일)에 폭넓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째, 구약의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대화하며 구원 활동을 하였습니다. <전례 헌장> 5항을 보면 하느님께서 인간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구원 활동을 하시는 방식이 구약과 신약에 따라 다르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약에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히브 1,1)하셨습니다. 천사를 보내시고,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시며, 노아 때 일어난 대홍수, 바벨 탑 사건, 이집트 탈출 사건으로도 당신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둘째, 여러 모양으로 말씀하시던 것이 신약에 와서는 한 분에게 집중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때가 차 당신의 아들, 곧 사람이 되신 말씀을 보내시고 성령으로 기름을 부으십니다. 그리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고쳐 주도록 육신과 영혼의 의사가 되시고, 하느님과 사람의 중개자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제는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말씀하시고, 우리도 그분을 통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청원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늘 전례 기도 끝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기도합니다.

 

셋째, 구약이 참된 구원 곧 파스카 신비를 구현하기 위한 준비라면, 신약은 그것이 실현되는 시기입니다. “인간을 구원하고 하느님께 완전한 영광을 드리는 이 일은 구약의 백성 안에서 하느님의 위업으로 준비되었으며,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특히 당신의 복된 수난과 저승에서 살아나신 부활과 영광스러운 승천의 파스카 신비,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신’ 그 신비를 통하여 성취하셨다”(<전례 헌장> 5항).

 

넷째,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이 충만한 사도들을 통해 당신의 일을 계속하십니다. <전례 헌장> 6항은 신약 이후 사도에게 이어진 교회 시대의 구원 활동을 언급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그렇게 그리스도께서도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을 파견하시어,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며 하느님의 아들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사탄의 권세와 죽음에서 해방시키시고 아버지의 나라로 옮겨 주셨다는 소식을 알리게 하셨을 뿐 아니라, 그들이 선포하는 구원 활동을 모든 전례 생활의 중심인 희생 제사와 성사들을 통하여 수행하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을 파견하시어 당신이 하신 복음 선포와 구원 활동이 교회 전례를 통해 지속되도록 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믿음을 고백하는 마당이 바로 교회의 사명을 기본으로 수행하는 ‘전례’입니다.

 

인간과 대화하며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성부, 사람이 되신 말씀인 중재자 성자, 그리고 하느님을 지향하게 하며 성자의 뜻에 따르도록 이끄는 성령에 의해 말씀은 전례 안에서 교회를 생동케 하는 원천이 됩니다. 또 전례는 선포된 말씀이 지금 여기(hic et nunc)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되게 합니다.

 

* 윤종식 신부는 의정부교구 소속으로 1995년 사제품을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전례학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1월호(통권 454호), 윤종식 티모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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