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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 영성: 대중 신심, 파스카 신비를 위한 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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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12 조회수868 추천수0

[전례 영성 – 대중 신심] 대중 신심, 파스카 신비를 위한 불쏘시개

 

 

전례 기도와 신심 기도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하느님의 행위이며 인간의 행위이다. 곧, 기도는 성령과 우리에게서 솟아나서, 사람이 되신 성자의 인간적인 의지와 결합되어 온전히 성부께 향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564항). 여기에 딱 들어맞는 기도가 바로 전례 기도이다.

 

사실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다”(전례 헌장, 7항). 이 때문에 “그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같은 정도로 비교될 수 없다”(7항).

 

그리스도인의 영성 생활에서 전례기도만이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인은 공동으로 기도하도록 부름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또한 자기 골방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여야 하며, 더욱이 사도의 가르침에 따라 끊임없이 기도하여야 한다”(12항). 미사와 성무일도 같은 전례 기도 외에, 성체 조배, 삼종기도, 묵주 기도, 십자가의 길, 9일 기도, 성모님과 성인들께 바치는 기도 등의 신심 기도를 혼자서든 여럿이서든 바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거룩한 전례는 그 본질상 이러한 신심 행위를 훨씬 앞서가는 것이므로, 전례 시기를 고려하여, 그러한 행위들은 어느 모로든 전례에서 이끌어 내고 백성을 전례로 이끌어 들여 전례와 조화를 이루도록 마련되어야 한다”(13항).

 

 

대중 신심

 

‘대중 신심’이라는 말은 전례에 속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전례 거행보다 더 가슴 깊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신비를 느끼게 도와주는 다양한 표현을 말한다. 여기에는 신심 기도뿐만 아니라 성물에 입 맞추거나 손 대기, 메달 달기, 성화나 성상 공경, 성지 순례, 성월, 성모님 메시지 등이 있는데, 주로 특정 국가나 민족의 문화와 예술에서 비롯된 표현이 많다. 대중 신심은 모든 그리스도인, 특히 레지오 마리애,꾸르실료, 빈첸시오회, 성령 쇄신 봉사회 등 많은 신심 단체가 주체가 되어 행해진다.

 

 

대중 신심에 관한 교회의 원칙

 

전례와 신심의 관계에 대한 교회의 원칙은 확고하다. 2001년 9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황청 경신성사성 정기 총회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세 가지 원칙을 말했다. 첫째, 전례가 교회 생활의 중심이며 그 어떠한 신심 표현도 전례를 대신하거나 전례와 똑같이 여겨질 수 없고, 대중 신심의 완성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전례 거행에서 이루어진다. 둘째, 대중 신심의 형태가 가끔 가톨릭 교리와 맞지 않는 요소들로 오염될 때 그것을 적절한 교리 교육을 통하여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고쳐 나가야 한다. 끝으로, 반대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는 이상, 주교들은 대중 신심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격려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올바른 대중 신심을 위해서는 적절한 교리 교육이 언제나 요구된다. 왜냐하면 단순히 문화적, 국민적, 민족적, 심리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 요소들과 정화되지 않은 신앙 체험이 배타적으로 장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교회가 대중 신심에 대해 긍정적이고 격려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이유는 왜일까? 이는 대중 신심이 하느님에 대한 진정한 갈망과 하느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부성, 섭리, 사랑, 현존 등 하느님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예리한 감수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교황청 경신성사성, 「대중 신심과 전례에 관한 지도서: 원칙과 지침」, 61항 참조).

 

특히 신심 행위 외에는 달리 신앙을 표현할 줄 모르는 복음화가 덜 된 지역에서는 대중 신심이 “사람들의 신앙을 심화하고 성숙하게 하는 출발점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64항)이기 때문이다.

 

 

대중 신심의 위험 요소들

 

교회는 대중 신심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대중 신심을 복음화해야 할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66항)한다. 교회가 지적하는 대중 신심의 해로운 위험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곧 그리스도의 부활이 지니는 구원의 의미나 교회에 대한 소속감, 성령의 위격이나 활동과 같은 그리스도교적 요소들의 결여, 성인들에 대한 관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권이나 그분의 신비에 대한 관심 사이의 불균형, 성경을 가까이하지 않음, 교회의 성사 생활에서 멀어짐, 예배와 그리스도교 생활의 의무를 분리, 대중 신심의 일부 표현들에 대한 실용주의적인 관점, ‘때로는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과장된 표지와 몸짓, 기도문’의 사용, 특정한 경우에 ‘분파나 미신, 주술, 운명론, 억압을 조장’할 위험 등이 그것이다”(65항).

 

 

전례와 대중 신심의 조화

 

대중 신심이 전례와 조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주님의 파스카 신비, 곧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컨대, 십자가 신심이라 해도 그리스도 수난의 특정한 측면들에만 초점을 맞추어선 안 된다. 전례처럼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는 신비를 전체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면 십자가 신심이 오히려 구원의 신비를 잘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성체 신심도 그리스도의 부활과 관련지어 생각해야 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마련하신 파스카 만찬이 성체성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형태의 성체 신심은 본질적으로 성찬의 희생 제사와 관련이 있어야 하며, 희생 제사 거행을 준비시키거나, 희생 제사의 본질인 예배의 연장이어야 한다”(161항).

 

대중 신심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고, 여기에서 나온 신심 행위들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어떤 것들은 교회의 명시적 승인도 받고 장려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목 현장에서 신심 행위들이 때로는 전례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모든 그리스도교 예배의 토대이고 정점이며 주일에 특별하게 표현되는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의 중요성”(41항)이 충분히 강조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전례에서 멀어지면 성경에 대한 관심이 감소되고, 그리스도의 중요한 업적에 대한 깨달음도 약화되며, 결국은 교회 감각도 상실하게 된다(56항 참조).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 안에 언제나 현존하시면서 신자들의 마음에 신심을 불러일으켜 주시는 성령께 의탁하되, 동시에 같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언제나 전례에서 갈 길을 찾고 신심의 방향을 우리의 파스카이신 그리스도께 향해야 한다. 그렇게 전례와 조화를 이룬 대중 신심은 파스카 신비를 위한 좋은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 한 해 동안 ‘전례 영성’을 써 주신 최종근 신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 최종근 파코미오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입회하여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지금은 성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원장을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9년 12월호, 최종근 파코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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