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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0-08-29 조회수2,023 추천수11 반대(0) 신고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성령이시다!"

 

 

 

몇일 전부터 오늘 약속된 수지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수련자, 청원자들을

 

위한 강의 때문에 걱정을 했다. 어휴, 어떻게 준비하지?

 

매번 강의와 강론을 해야 할 때마다 계속 반복되는 걱정이다.

 

 

 

버릇이 잘못 들어서인지

 

강의록을 글로써 잘 정리해서 만들어 놓지 못하고 강론도 글로 자세히 기록하는

 

습관이 안 되어서 더더욱 필요할 때마다 아쉽기도 하고 또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10년 동안 수련자들을 위해서 강의를 해왔지만 강의록 하나 제대로 남아

 

있는게 없으니 쯧쯧 내가 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수도자 신학원에서 여러 차례 강의를 했어도 강의록을 만들어 놓질 못해서

 

다음 해가 되면 또 강의 준비한다고 고생고생 한다.

 

 

 

그래서 이런 고생을 심하게 하게 되면 ’그래, 강의록을 만들자!’ 하고 작심을 하지만

 

삼일을 못간다.

 

그래서 이제는 팔자인양 생각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도생활 20년 동안 수많은 강의와 강론들을 우쨎거나 해 내었다는 것이 새삼

 

기적같기도 하다. 그런 내가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기적이 따로 없을 게다.

 

물론, 성실히 준비를 못한 까닭에 때론 어눌하고 때론 장황하기도 하였겠지만

 

내가 고민하고 걱정한 것에 비하면 결과는 대체로 만족할 만하였다고 자부함은

 

교만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나의 악습(?)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역할을 하셨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 약점 때문에 당신이 직접 나서시지 않을 수 없으신가 보다.

 

마치 사도 바오로가 자기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없애 주십사 주님께

 

세번이나 간청하였지만 거절당하였고, 그 결과로 그 유명한 "우리의 약점을 자랑

 

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이 악습(?)을 없애 주시고

 

번듯하게 강의록을 내도록 만들어 주시길 기대하고 나름대로 노력하였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고 또 이제 아예 팔자소관으로 돌림으로써 당신이 직접 말씀하시리라는

 

시건방진 믿음(?)을 소유하게 만들어 주신 것같다.

 

 

 

때론 내가 잘 준비해서 나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주님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픈

 

욕심이 발동하지만, 안되는 것을 어떻하나?

 

 

 

오늘도

 

무엇을 자매들과 나눌까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아침미사 복음에서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나다!"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만 의지한 채 쫓기듯 수지로 향하였다.

 

에라이 모르겠다, 당신이 말씀하시겠다는데 어찌 되겠지.

 

 

 

또 예나 마찬가지로 적중하였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준비한 것보다 훨씬 명강의를 그분이 직접 해주셨다.

 

그분이 직접 자매들의 마음 속에 꼭 필요한 양식을 넣어 주셨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님, 저의 악습을 자랑합니다!!!

 

진정, 말씀하시는 분은 당신입니다.

 

겸손되이 당신의 말씀에 승복하며

 

조용히 성호를 그으며

 

오늘도 감사의 기도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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