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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과 마응을 추수리며(연중 20주일 강론)
작성자황인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0-08-20 조회수2,614 추천수20 반대(0) 신고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어제 오늘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주일 아침에는 긴 팔을 입을 정도로 서늘하게 기온이 내려갔다. 며칠 있으면 24절기 중에 ’처서’여서 그런가 보다. 지난 여름 무더위 때문에 몸도 마음도 모두 지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이하면서 무엇보다도 나태와 무절제 속에서 여름을 지냈던 지난 시간들을 빨리 정리하고 제 궤도를 찾아야 할 것 같다. 특히 개학을 맞이하는 학생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을 버리는 연습을 오늘부터라도 해야 하리라.

 

좋은 습관은 배우기 힘이 들지만 나쁜 습관은 금방 배우게 된다. 마음으로는 무절제와 나태에서 벗어나겠다고 아니 벗어날 수 있다고 굳게 결심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바로 나쁜 습관에서 좋은 습관으로 전환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람을 몸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나누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그렇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살려고 하는 것에는 지대한 관심을 갖지만,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고 수련하는 데에는 지극히 게으르다. 건전한 영혼을 가지려면 건전한 신체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도 이 진리를 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기도를 정성껏 하고 싶으면 우선 몸가짐을 올바로 가져야 한다. 몸만 바로 잡으면 마음이 가라앉게 되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평화가 오면서 하느님과 일치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우리 동양인들은 앉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가부좌 자세는 불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동양문화의 특성이다. 자신의 방바닥이나 침대 위에서 잠시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고 있어 보라. 그리고 들숨과 날숨을 규칙적으로 자연스럽게 쉬면서 의식을 배꼽 아래 단전에 두고 10분만 있어 보라. 모든 근심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하느님이 내 무의식 속에 계시다고느끼고 잠시 기다리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게 된다. 이렇게 마음에 깊은 평화가 찾아올 때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는 것이다. 여기서 몸을 올바로 건전하게 갖는다는 것이 우리 영혼관리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몸의 자세를 올바로 하는 데에는 현재 우리 성당의 의자들은 부적당한 것 같다. 나도 성체 앞에서 기도를 하면서 잠심에 들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해보지만 역시 가부좌 자세보다는 못한 것 같다. 동양인에게는 역시 맞는 기도의 자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것을 몸 기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그리스도교에서는 몸의 중요성을 망각해 왔다. 그리고 영혼만 거룩하게 관리하면 된다고 가르쳐왔다. 그 결과 많은 신자들은 자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몸 관리에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바오로 사도가 세웠던 에페소 교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술 취해서 방탕한 생활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영혼은 거룩하게 가꾸면서 몸을 거룩하게 가꾸지 못한다는 것은 참다운 신앙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과 피를 우리의 몸 안에 받아 모신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성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미사성제에서 거룩한 말씀을 듣고 성체를 받아 모시고 나서 곧장 몸에 가장 해로운 담배 혹은 술로 자신의 몸을 더럽힌다. 성당 문 밖에만 나오면 들었던 거룩한 말씀도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 몸가짐도 올바르지 않으니 온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처서를 며칠 앞두고 창 밖에서 떨어지는 가을비를 바라보면서 나도 그 동안 게을리 했던 몸가짐에 관심을 기우려야 겠다. 바닷가를 한 번도 못 갔는데도 워낙 까맣게 탄 피부 손질도 해야겠고, 많은 여름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힘에 부쳐 일그러진 얼굴표정도 거울을 보면서 교정해야겠다. 벌써 여름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조급해 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지난 여름을 지내면서 나도 모르게 나쁜 습관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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