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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룩한 부르심(聖召)(연중 19주 금)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8-18 조회수2,965 추천수18 반대(0) 신고

 

2000, 8, 18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9,3-12 (결혼과 이혼)

 

그 때에 바리시아파 사람들이 와서 예수이 속을 떠보려고 "무엇이든지 이유가 닿기만 하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좋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처음부터 창조주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는 것과 또 '그러므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제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리라.' 하신 말씀을 아직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들은 다시 "모세는 '아내를 버리려 할 때에는 이혼장을 써 주어라.' 했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굳을 대로 굳어져서 아내와 이혼을 해도 좋다고 하였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음행한 까닭 외에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간음하는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예수께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더니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결혼하지 못할 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사람의 손으로 그렇게 된 사람도 있고 또 하늘나라를 위해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을 받아들일 만한 사람은 받아들여라."

 

 

<묵상>

 

모든 사람은 하느님으로부터 거룩한 부르심을 받았고, 그 부르심에 따라 자신의 한 평생을 살게 됩니다. 교회는 이 거룩한 부르심을 성소(聖召)라고 말합니다.

 

사람이 받게 되는 가장 첫 번째 성소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느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과 사람들과 어울려 계속되는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협조자로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이 첫 번째 성소에서 우리의 역할(응답)보다는 우리 부모님의 역할(응답)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부모님께서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여 우리를 세상에 낳아주셨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성소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나름대로의 종교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두 번째 성소에 응답하여 그리스도인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세 번째 성소는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결혼 성소와 독신 성소가 그것입니다. 언뜻 보면 결혼과 독신은 성소라기보다, 때가 되어 자신이 결정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결혼 성소와 독신 성소야말로 한 사람으로서 책임있게 살아가도록 구체적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부르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대로 결혼이냐 독신이냐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성소에 응답한 사람은 거기에 맞는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수도자나 성직자가 되는 독신 성소만을 생각하여 결혼 성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좁게는 독신 성소만을 성소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오늘날처럼 너무나도 쉽게 부부간의 사랑을 포기하고 이혼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시대에 결혼 성소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결혼 성소든 독신 성소든 이 안에 담긴 가장 소중한 의미는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굳은 믿음과 갈림 없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독신을 사는 독신 성소뿐만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몸을 이루는 결혼 성소 역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결혼 성소에 응답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랑하는 배우자를 자신에게 주신 하느님의 사랑,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사랑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의 응답입니다. 곧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배우자에 대한 사랑으로 보답하는 것이지요.

 

각자의 결혼 안에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함께 하신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면, 쉽게 이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부부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 안에, 아니 결혼하기까지 과정 안에 함께 하신 하느님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시고 이끌어주시고 계신다는 것을 믿지 않고 의식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햇볕에 달구어진 한 여름 양철판처럼 쉽게 불같은 사랑을 나누다가, 이내 쉽게 싸늘해진 감정으로 헤어질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것이 우리 사람들의 감정입니다. 이 감정은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에게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닌 사랑을 끝까지 간직하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에 따라 변하는 사랑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처럼 변함없는 사랑입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에는 사랑으로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情)으로 살아간다고 말입니다.

 

정(情)!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변함없는 사랑의 우리식 표현이 아닐까요? 인간적인 표현이 아닐까요? 어느 때보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이 넘치는 세상, 그래서 더욱 풍성한 사랑이 활짝 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거룩한 부르심을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나서야 합니다. 저는 비록 사제로서 살아가지만, 결혼 성소를 받은 형제 자매님들이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성소를 충실히 지켜감으로써 부부간의 사랑이 메말라 가는 오늘 이 세상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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