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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말씀보다 빵이 더 중요하다?
작성자황인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0-08-05 조회수2,769 추천수20 반대(0) 신고

몸의 신학(神學)과 자연환경

 

우려하는 일이 드디어 일어나고 말았다. 성당 가까이에 계곡이 있어서 봄부터 많은 행락객들이 찾고 있다. 동강을 살리기 위해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일부러 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 계곡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름이 금당계곡(錦堂溪谷)이다. 그런데 비단(錦)처럼 아름다운 계곡도 IMF 이전 수준으로 늘어난 휴가객들의 등살에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평창강의 상류인 이곳이 오염되면 내 년에는 어디로 휴가를 갈 생각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 지역으로 휴가를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들이 스스로 오염시킨 한강 물을 먹어야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보다.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의 대표적인 오류는 바로 물질과 정신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풍토이다. 정신 즉 영적인 것은 거룩한 것이고 물질 즉 육체적인 것은 하잘 것 없다는 생각은 지금 심각한 생태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나누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두 가지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곧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혼이 없는 육신은 로봇이고, 육신이 없는 영혼은 귀신이다. 신앙인도 사람인 만큼 육신과 영혼을 나누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예수님이 사십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고 난 다음에 마귀가 ’돌을 빵으로 만들어 보라’는 시험을 받았다. 예수님은 ’사람은 빵으로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간다’고 대답하신다. 이 말씀을 잘 못 이해한 우리 교회는 하느님이 말씀만이 중요하다고 가르치게 된다. 육신은 썩어 없어질 것이니 하느님의 말씀으로 영혼의 양식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이다.

 

결국 이런 이원론적인 사상은 가톨릭 교회의 역사를 통해서 지배적인 의식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순교자들이 육신의 목숨을 바쳤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육신 보다 영혼이 더 고귀한 가치를 지녔다고 추켜세우면서 말이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 이원론은 그리스도교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인간의 삶의 터전인 지구는 물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무자비하게 파괴되어도 될 것으로 여겨지게 됨으로써 작금의 환경생태계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 나는 기존의 관념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 동안은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고 교회가 가르쳤다면 이제는 사람은 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물질 더 구체적으로 우리 몸의 중요성은 새 천년에 새롭게 평가되어야 한다. 바오로 사도도 육신은 썩어 없어지는 하찮은 물질이 아니라 영혼을 담고 있는 성전이라고 이미 말했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예들은 얼마든지 있다. 몸의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바른 생각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기도할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분심을 떨쳐 버릴 수 있고, 사악한 상념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이다. 성당에 와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으면 아무리 생각을 거룩하게 하더라도 하느님께 마음으로 예배하지 못하게 된다. 요새 강원도 산에 불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똑바로 걷는 수련을 쌓은 사람들이 있다. 나도 기회가 되면 해 볼 생각인데 그 이론은 맞는다. 올바른 자세로 끊임없이 걷다보면 마음이 바르게 되고 어느새 몸에 있던 사악한 기운들이 사라지면서 불치병도 낳게 된다는 신념은 우리 몸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증거이리라.

 

이렇게 몸의 중요성은 스포츠 의류로 유명하게 된 ’아식스(ASICS)라는 라틴어 격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전한 육신에 건전한 영혼이 깃든다(Anima Sana in Corpore Sano)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의 몸을 건전하게 관리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는 지름길인 것이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몸을 관리하지 않는 사람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술과 담배 등에 탐닉하고 게으른 생활로 무절제함이 반복되면 마음으로는 하느님을  믿든다고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마침내 신앙생활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빵으로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우리의 삶에 자리 잡는다면 대표적인 물질계인 자연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이제부터 우리 신앙인만이라도 자연환경이 우리 몸의 일부라는 일치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는 말은 무색하게 될 위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여행을 떠나서 산과 바다와 계곡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다. 제발 내 몸과 같이 자연을 사랑하자! 이것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사랑의 이중계명을 가장 잘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말로만 떠들지 말고 어제부터 환경보전을 위해서 작은 실천을 하고 있다. 수원교구 환경센타에서 만든 ’되살림 하늘샘’ 가루비누, 빨래비누, 설거지비누를 사서 사용하면서 교우들에게도 구입하기를 권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살면서 조금이라도 죄를 덜 짓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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