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 마음의 안경(연중 11주 금)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6-23 조회수1,973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0, 6, 23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6,19-23 (하늘에 재물을 쌓으라, 눈은 몸의 등불)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먹거나 녹이 슬어 못 쓰게 되며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그러므로 재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라. 거기서는 좀먹거나 녹슬어 못 쓰게 되는 일도 없고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가지도 못한다.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며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이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만일 네 마음의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면 그 어둠이 얼마나 심하겠는냐?"

 

 

<묵상>

 

저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성호를 긋고 나서 주섬주섬 안경을 챙겨 씁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서 마지막으로 안경을 벗어 침대 머리맡에 놓습니다. 잠자는 시간과 세수하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안경을 쓰고 있지요. 안경을 벗으면 거의 장님처럼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썼던 안경이 이제 제 몸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금은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는 눈이 좋지 않아서 군대를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안경을 벗고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잘 들리지도 않고, 말도 제대로 못하겠고, 생각도 잘 나지 않습니다. 제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지요. 괜히 기분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안경이 없으면 저는 온전히 저를 가누기가 힘들어집니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값진 은총이라는 것을 때때로 체험합니다.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안경의 고마움도 많이 느낍니다. 만약에 안경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갑갑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볼 수 없기에 느끼는 답답함은 단지 육신의 눈에만 해당되는 아닙니다. 마음의 눈도 마찬가지이지요. 어떻게 보면 마음의 눈의 경우가 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해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눈으로는 엄연히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의 눈으로는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느끼는 그런 답답함 말입니다. 사람의 겉모습을 바라 보고 있지만, 속마음을 읽을 수 없기에 느끼는 답답함도 여기에 포함되겠지요.

 

마음의 눈이 희미해지면 제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육신의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당장의 불편함과 답답함 때문에 안과에 가서 진단을 받고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춰쓰지만, 마음의 눈이 어두워 세상을 제대로 못할 때에는 많은 경우 무심히 지나칩니다. 당장의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음의 눈이 제대로 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 자체에 둔감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의 눈이 가리워져서 세상을, 이웃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기 욕망, 경쟁심, 현실에서의 안락함, 더불어 살기 보다 제멋대로 살도록 이끄는 세상의 유혹과 거짓 교설 등이 마음의 눈을 가립니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사랑으로 품에 안기 위해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고통받는 이웃을 보고 사랑하기 위해서 마음의 눈을 가리고 있는 장애물을 걷어내야 합니다. 마음의 눈에도 안경을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과연 무엇이 마음의 안경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특별히 예수님, 그리고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던진 사람들, 정의를 위해 몸바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와 똑같이 살아가면서도 참된 삶의 모범을 온 몸으로 증거한 사람들이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잘못된 마음의 눈을 씻어줄 수 있는 마음의 안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을 바라보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나 역시 이들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얻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특별한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보다 먼저 마음의 빛을 밝혔던 사람들일 뿐이지요.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고 제대로 살고자 한다면 이들의 삶을 특히 예수님의 삶을 마음의 안경으로 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의 삶을 다른 형제 자매들의 마음의 안경으로 내어놓아야 하겠습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며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뭄이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만일 네 마음의 빛이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면 그 어둠이 얼마나 심하겠느냐?"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