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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서, 그 생명의 힘]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9-11 조회수2,293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24주일

                            <용서, 그 생명의 힘>

                  집회 27,33-28,9; 로마 14,7-9; 마태 18,21-35

 

 <예화 1. 수녀님과의 만남>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날들이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라

 

고 한다. 하지만 내가 저지른 일은 너무도 큰 일이었고 나는 그 일로 인해 구치

 

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떤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잘못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야했던 수인이 썼던

 

글의 시작부분입니다. 이 사람은 감옥에 가게되자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고 의지

 

하셨던 부모님께 대한 죄스러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자식된 도리로

 

서 효도는 못할망정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또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대한 죄책감도 작지 않아서 몸도 마음도

 

모두 땅 속 끝까지 추락해 버리는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괴로움은 이런 죄책감으로 인해서 스스로가 미워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고

 

고통스러웠던 것이죠. [나 같은 것은 죽어 마땅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덜 고통

 

스럽다] 라는 생각마저 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사를 받고 돌아 와 보니 웬 두툼한 성서와 시집 한 권이 자

 

신의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은 한 수녀님이 바로 당신

 

을 위해서 놓고 간 것이라고 전해 주었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처럼 쓸모 없는 존

 

재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

 

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구치소에 찾아오는 그 수녀님을 애타

 

게 기다리게 되었답니다.

 

 

 수녀님은 항상 미소짓는 얼굴로 손수 만든 간식과 꽃, 낙엽 등을 가져왔고, 가

 

끔은 음악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이 때 느낀 것을 이렇게 적어 놓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그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 수녀님은 그 무엇

 

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라고 재촉하지

 

도 않았다. 그저 내 얘기를 마치 자기 일처럼 경청해 주었다. 그리고는 다음 주

 

를 기약하며 조용히 떠났다.]

 

 

 이 사람은 그 수녀님을 통해서 차츰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습니

 

다.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도 생겨났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벌을 달게 받고 사

 

회에 나가게 되면 진정으로 타인을 아끼고 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그 수녀님을 볼 수가 없다. 다른 구치소로 이감되었기 때문이다.

 

구치소를 옮기기 며칠 전, 나는 수녀님과 단 둘이서 땅거미가 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했다. 세상에 태어나 그토록 행복한 시간은 처음이었다. 앞

 

으로 나는 타인을 위해 나를 비울 줄 아는, 그리하여 진심으로 타인을 아끼고 위

 

할 줄 아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것이 그 수녀님이 나에게 베풀어 준 따뜻한

 

사랑에 대한 보답이 된다면‥‥]

 

 

 

 <예화 2. 프란츠 리스트 이야기>

 

 

 헝가리의 유명한 음악가 리스트는 피아노에 관한 한 최고의 음악가로 [피아노

 

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기교는 다 부릴 수 있는 아주 뛰어난 음악가]였습니다.

 

그가 어느 시골 마을을 여행하게 되었을 때, 그곳에 도착해 보니 마침 마을의 극

 

장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눈에 뜨였습니다. 그런데 포스터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이 리스트의 제자라고 소개하면서 연주회를 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스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제자가 있었다는 사실

 

을 기억해 낼 수 없었습니다. 화도 나고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리스트는 숙소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리스트가 마을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리스트가 제자의 연주회를 구경하러 왔

 

다]고 생각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회의 표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이렇

 

게 되자 여자 연주자는 급히 리스트를 찾아가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이야기하

 

기 시작했습니다. [리스트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실은 병든 아버지와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빵을 벌기 위해서

 

시골을 전전하며 선생님의 이름을 팔아서 음악회를 열곤 했습니다. 당장에 모든

 

것을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리스트는 그녀를 호텔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곤 피아노 앞에

 

앉힌 다음 피아노를 연주해 보라고 청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리스트는 그녀의 연

 

주법에 대한 주의를 주고는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

 

했습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소. 이로써 당신은 내 제자

 

가 되었고 리스트의 제자로서 오늘밤의 연주회를 열 수 있으니 안심하시오.] 그

 

날 연주회에는 리스트가 친히 제자의 연주회에 참석한다는 소문이 퍼져서인지 관

 

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대성황을 이루었답니다.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사람을 혼내주고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그녀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었던 리스트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녀의 잘못을 용

 

서해 주었던 것이고, 용서를 받은 그녀는 힘을 내어 훌륭한 연주를 할 수가 있었

 

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일곱 번씩 일흔 번씩이라도 용서하여라](마태 18,22)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려줍니다. 복음의 못된 종이 자신은 엄청난 빚을 탕감 받았으면서도 정

 

작 자신에게 적은 빚을 진 동료를 못살게 굴었던 것은 죄를 용서받은 사람답게

 

살아야할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처사였다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들려드렸던 두 번째 예화에서 리스트가 화나고 괘씸한 마음을 접어두고

 

여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또한 그녀를 위해서 최대한의 배려를 해줌으로써 둘 사

 

이에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저는 감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

 

다. 또한 첫 번째 예화를 통해서 죄를 짓고 죄 지은 고통에 시달려서 세상을 포

 

기할 생각마저 가졌던 남자가 아무런 조건도 내세우지 않는 수녀님의 관심과 배

 

려를 통해서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탄할 수 있었습

 

니다.

 

 

 용서 속에는 죄지은 사람을 살리는 엄청난 힘이 들어 있습니다. 사람의 용서와

 

사랑이 늘 부족하게 여겨지지만, 하느님께서 먼저 보여주는 그 모습 그대로 실천

 

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으로 승화되고 그 속에서 서로를 진

 

심으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 라고 말씀하셨던 것

 

이지요.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아무런 조건 없는 완전한 사랑, 진정한 화해를 위

 

해서 [십자가 제단 위에서 당신을 하느님께 봉헌될 참된 제물로 봉헌하셨습니

 

다]. 우리들도 거듭되는 잘못 속에서도 끊임없이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 앞에서 형제들을 용서하고 그들과 화해하기 위해서 마음을 다해서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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