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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땅의 사람, 하느님의 자녀(부활 2주 목)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5-04 조회수2,087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0, 5, 4 부활 제2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오늘은 성서 원문에 더욱 가깝게 번역한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에서 발췌했습니다. 공동번역 성서와 비교해 보시면서 묵상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한 3,31-36 (계시자이신 예수)

 

위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이 위에 계십니다. 땅에서 난 이는 땅에 속하고 땅의 일을 말합니다.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위에 계시며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증언합니다. 그러나 그분의 증언을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인 이는 하느님께서 참되시다는 것을 확증한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이야기합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한량없이 영을 주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의 손에 맡겨 주셨습니다. 아들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그러나 아들에게 순종하지 않는 이는 생명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진노가 그 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묵상>

 

 어제는 오랫만에 혜화동에 갔습니다. 후배 신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수요일 오후는 신학생들의 정기 외출날이기 때문에, 예전에 신학교에서 함께 신기료(구두, 신발이나 우산 등을 수선해주는 곳)에서 활동하던 후배들과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싶어서였습니다. 물론 후배들이 먼저 술 사달라고 끈질기게 연락을 해 왔기 때문에, 뿌리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본당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좋으신 주임신부님의 양해를 얻어 후배들과 모처럼 값지고 정겨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신기료 후배 몇 명, 그리고 동아리(밀알회 - 노동사목연구회) 후배 몇 명과 함께 자리했습니다.

 

 어제 술자리가 더욱 뜻깊었던 까닭은 사랑하는 후배들과 오랫만에 마련한 술자리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술을 마시면서 나누었던 이야기 안에서 사제로서 그리고 신학생으로서 자신의 신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서로 안에서 따뜻한 형제애와 끈끈한 동지애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풍성한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지난 번 교황님께서 세상을 향해 하셨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회개에 관해서, 우리나라 주교님들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민족의 역사 안에서 우리 교회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회개에 관해서,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기 위해서 사제로서 또는 사제의 삶을 준비하는 신학생으로서 살아가야 할 참된 모습에 관해서, 신앙인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역할에 관해서 등등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교황청 문헌 '기억과 화해: 교회와 과거의 잘못들'이 하나의 선언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자칫 구체적인 인류 역사안에서 구원 역사의 도구로서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고 실천해가야 하는 교회와 그 구성원이 실재적으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판적인 견해나, 과거 일제 시대때 교회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우리 교회의 아픈 과거에 대해 민족 앞에 철저히 뉘우치고 거듭나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생각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세상과 교회가 만나는 곳에 바로 우리가 서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는 교회 구성원을 통해 세상 안에서 구체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청이나 주교회의에서 발간하는 각종 문건이 선언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실천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기 위해서는 바로 교회 구성원인 우리가 발로 뛰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교회 문건이 추상적이고 다분히 말의 성찬이라는 비판을 듣기고 하고 우리 역시 이 비판에 함께하기도 합니다. 교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말입니다.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삶 안에서 현실화시키고,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고 복음의 씨앗이 되어 세상에 뿌려져 열 배 백 배의 열매를 맺도록 실천해야 할 이들은 바로 교회 구성원인 우리인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바로 우리 각자가 교회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 신앙인은 땅에서 난 사람이면서 동시에 땅으로 파견된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하늘과 땅을 화해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땅에서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이면서 동시에 예수님께서 흩어졌던 우리를 한데 모아 세상에 파견하신 이유입니다.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에 있어서 당당하게 하느님을 드러낼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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