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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일미사에 빠지면 대죄인가?(3)
작성자황인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0-03-23 조회수3,114 추천수12 반대(0) 신고

주일미사에 빠지면 대죄인가?(3)

 

많은 가톨릭 네티즌들이 제가 올린 ’주일미사에 빠지면 대죄인가?’ 연재를 보면서 응답을 보내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부님의 글을 읽고 용기를 내서 다시 미사에 열심히 참예하게 되었다고 하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신부님의 이완된 사고방식은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해주기도 했습니다. 용기를 얻으신 분이나, 걱정어린 눈길을 보내는 분들이나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저는 이런 논의를 통해서 우리 모두가 주일미사의 근본을 다시 반성해 보자는 취지로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것입니다.

 

 

지난 주에 지구사제회의를 가려고 아우라지 성당으로 가는 중, 이웃 본당의 대선배 신부님을 모시고 가게되었습니다. 신부님은 젊은 신부가 글을 올린 것을 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야단이나 치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몇 가지를 더 추가해서 글을 올렸으면 하셨습니다.

 

우선 교회는 예전부터 신자들의 영적인 유익함을 위해서 이미 주일미사에 대한 의무를 관면해 왔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토요일 특전미사입니다. 토요일은 분명히 주일에 속할 수 없습니다. 물론 유대교적인 전통에 따르면 전날 해질 무렵부터 그 다음날 해질 때까지를 하루로 간주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현대에 와서도 억지로 적용시키는 것은 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만일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다면 주일 저녁 미사는 엄격하게 말해서 주일미사로 간주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주일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토요일에 특전미사를 신설한 것은 우리들이 주일미사를 궐한 대죄를 면하도록 한 데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자들은 특전, 즉 특별한 은혜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은 어디로 가고, 이를 악용하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주일미사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예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은전이 자신들의 편리한 미사시간으로 생각되어진 것은 특전미사를 제정한 교회장상들이나 이를 이용하는 신자들에게 큰 해로움이 틀림없습니다.

 

주일에 대한 근본정신은 외면한 채, 즉 하느님께 봉헌된 날이라는 보다 커다란 의미는 사라지고 주일미사에 참예하느냐 안하느냐를 축소된 의미에 매달리다 보니, 이렇게 토요일 특전미사가 제정된 그 순수한 동기도 희석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우리 본당에서도 어린이들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토요일 오후 4시에 어린이 미사를 합니다. 오후 4시부터는 주일미사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에 4시로 정한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들에게 주일의 의미를 가르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이렇게 교육받다 보면 결국 주일미사에만 참석하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고, 참석하지 않으면 냉담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신앙인으로 성장해 갈까 걱정이 됩니다.

 

결국 주일미사에 참석하느냐 안하느냐에 대한 율법적인 사고방식에서 특전미사들이 생겨났지만, 오히려 이런 법으로 인해서 우리들은 주일의 의미를 미사참석 여부에만 국한시켜서 생각하는 율법주의적인 신앙인으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간 것입니다. 따라서 ’주일미사에 빠지면 대죄인가?’ 라는 질문자체는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자신도 이런 질문은 던지고 나서 많은 묵상을 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제의를 합니다. 앞으로 특전미사를 포함해서 주일미사를에 참석할 수 없는 분들에게 생각을 하느님 중심적으로 바꾸어 보라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도시에서는 어렵겠지만 이웃집에 장례식이 있다면 주일이라고 해도 그 장례를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것이 더 신앙인다운 자세일 것입니다. 이웃집에 상을 당해서 일손이 모자라서 쩔쩔매는데 자신은 신자로서 미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성당으로 온다면 과연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일일까요.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심지어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면 휴가를 가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신앙인들만은 주일미사 때문에 마음 편히 주말여행도 못가고 또 간다고 해도 여행지에서 미사에 참예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상황에도 우리 교회는 구태의연하게 주일미사 의무에 대한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유럽처럼 모든 사람들이 여름에 한 달 이상씩 아예 여행을 떠나버리는 시대가 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아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휴가를 거룩하게 보내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여행 중에 미사에 참석하지 못해도 대죄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일 년에 한 번 모처럼 휴가를 갖으면서 주일에 미사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대죄이기 때문에 다음주에 고백성사를 꼭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물론 휴가지에서도 마음만 있으면 기도서를 가지고 공소예절을 한다, 주의 기도를 33번 바친다 해서 주일미사를 대신한다고 하지만, 휴가를 가보신 분들은 그것이 어려운 일이고, 그러한 얄팍한 대안으로 주일미사를 대신했으니까 죄를 짓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안을 갖고 신앙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습니까?

 

사정이 이렇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우리 신앙인들은 이런 난국을 헤쳐나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CCBK)에서 매달 발행하는 "매일미사" 책자가 있습니다. 미사에 참석하는 분들은 대부분 구입을 하지요. 왜냐하면 워낙 편리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두꺼운 성서를 번거롭게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매일미사"를 발행한 것은 역으로 생각해 보면 평일미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한 달에 네 다섯 번 사용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굳이 주일미사만 중요하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책을 무엇하러 만들어냈겠습니까?

 

지금 평일미사에는 참석하는 사람들만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정된 몇 명의 열심한 분들 이외에는 새로운 얼굴을 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주일미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평일미사에 참석하도록 권유해서 주일미사를 대신하도록 합니다. 사목자의 입장에서 주일 헌금이 적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다행히도 우리 가톨릭은 독신이라는 아름다운 제도가 있어서 본당이 부도났다는 소문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주일 헌금문제에 있어서도 사목자나 신자나 모두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에도 없이 의무적으로 내는 봉헌금은 하느님께서 받아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하느님께서는 주일이라고 해서 미사참예가 더 거룩하게 여기고, 평일이라고 해서 하찮게 생각하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신앙생활을 활기있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신자들을 죄의식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들은 주일미사 의무에 매여서 지금처럼 답보상태의 신앙인으로 살아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저는 주일미사에 빠지면 대죄가 된다는 의식 때문에 형식적으로 주일에 성당에 가야 한다는 신앙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 나아가 지난 일주일 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앞으로 한 주일 동안 삶을 거룩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미사에 참예하려는 마음이야 말로 하느님께 기쁘게 받아주실 참다운 주일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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