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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관심을 넘어서(사순 제2주 목)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3-23 조회수2,808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0, 3, 23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루가 16,19-31 (부자와 라자로)

 

그 때에 예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부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화사하고 값진 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였다. 그 집 대문간에는 사람들이 들어다 놓은 라자로라는 거지가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앉아 그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주린 배를 채우려고 했다. 더구나 개들까지 몰려와서 그의 종기를 핥았다.

얼마 뒤에 그 거지는 죽어서 천사들의 인도를 받아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게 되었고 부자는 죽어서 땅에 묻히게 되었다.

부자가 죽음의 세계에서 고통을 받다가 눈을 들어 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브라함이 라자로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질러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를 불쌍히 보시고 라자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제 혀를 축이게 해 주십시오.

저는 이 불꽃 속에서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고 애원하자 아브라함은 '얘야, 너는 살아 있을 동안에 온갖 복을 다 누렸지만 라자로는 불행이란 불행을 다 겪지 않았느냐? 그래서 지금 그는 여기에서 위안을 받고 너는 거기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한 너희와 우리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가로놓여 있어서 여기에서 너희에게 건너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거기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도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부자는 또 애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소원입니다.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저에게는 다섯 형제가 있는데 그를 보내어 그들만이라도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도록 경고해 주십시오.' 그러나 아브라함은 '네 형제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으면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부자는 다시 '아브라함 할아버지,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찾아가야만 회개할 것입니다.' 하고 호소하였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도 듣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묵상>

 

생전에 부자가 라자로에게 한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무관심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부자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 만큼은 최선을 대했는지 모릅니다. 물론 이 최선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는 참된 최선이 될 수 없으며, 고통받는 이에 대한 무관심은 죄의 가장 큰 뿌리임에 틀림없습니다.

부자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했으며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다 죽었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의 삶에 대해 무관심하였기에, 이들의 삶으로 건너갈 생각도 없었고 건너가지도 않았던 이 부자는 이제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구렁텅이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는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굳이 심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에만 안주했던 한 사람이 이제는 완전히 고립되어 살아야만 하는 고통에 직면해 있습니다. 자신이 파놓은 무덤, 즉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외면함으로써 이들을 고립시키고 죽음의 상태에 직면하게 했던 그 무덤에 자신이 묻히게 된 것입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봅니다. 하느님의 벌이 아니라 자신이 쳐놓은 올가미에 걸려 바둥거리는 한 사람을 봅니다.

관심을 호소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과 끝까지 무관심으로 냉랭하게 자신의 길만을 걸어가는 부유하고 힘 가진 사람 사이의 단절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가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단절을 깨뜨리시기 위해 끊임없이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모세를 통해서 예언자들을 통해서, 그리고 마침내는 당신의 외아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건너가려 하지 않는 단절의 강을 건너갈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여 다른 이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건너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건너갈 수 있는 자유를 주셨습니다. 물론 건너가지 않는 것도 자유입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너가고 싶어도 건널 수 없는 커다란 구렁텅이가 놓일 지 아무도 모릅니다.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누어주려고 해도, 나누어 줄 대상을 만날 수 없는, 아니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 처절한 고립에 언제 처할 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힘겹게 살아가는 형제들에게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을 때가 참으로 행복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이들은 갈수록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자신의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냉정하리만큼 자신의 길만 걸어갑니다.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냉정하게 자신의 살 길만을 좇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의 기회를 차버리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의 십자가 여정에 함께 사랑하는 벗들이 결코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단 한번의 행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물론 저를 포함헤서 말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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