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상한 갈대라고 꺾지 아니하시고...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01-10 조회수1,790 추천수5 반대(0) 신고

언젠가 뉴스에 그런 기사를 보았다.

2003년 정도에는 인간은 유전자 인식을 통해서 자신의 수정란이 체내에 들어가기

전에 성별, 피부색, 눈동자 색, 가능한 유전자 병 등을 미리 알아보고 선택해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그런 기사였다.

 

예전에 본 ’카타카’라는 영화도 그런 비슷한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마치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르듯이 고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낳은 아이는 ’신의 아이’라 일컬어지고

온갖 멸시를 받으며 신분 상승에 제한을 받는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 모든 멸시를 다 이겨내고 부단한

노력 끝에 (사기성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룬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의 의지는 그 어떠한 유전인자보다 뛰어나다는 그런 교훈을 남긴 영화라

그런대로 볼만 했다.

 

처음에 그 기사를 보고서는 ’그래, 저렇게 되면 아프지도 않는 좋은 아이를 골라서

가질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심각한 병에 걸려 피눈물 흘리는 부모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했는데 그것이 과연 주님의 뜻일까는 확신이 서지를 않는다.

그 얘기를 내가 아는 언니한테 하니까 그 언니는 당장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알레르기가 심하고 몸이 허약한 그 언니는 그렇다면 자기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나 내 동생이나 어려서부터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나 역시 못 태어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특히 그런 기술이 우리 나라에 들어온다면...

나도 우리 나라는 이래서 안돼라고 누가 말하면 흥분하는 사람중의 하나지만

사실 고아 수출국인 우리 나라가 나날이 그 수치는 올라가는 반면, 우리 나라

내에서 고아 입양은 오히려 준다는 기사를 보고 그 걱정을 안할 수가 없다.

장애인 아동도 너무나 사랑스럽게 안아주는 외국인 입양 가족에 비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완벽한 조건의 아이를 찾다 보니 입양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기술이 들어온다면 우리의 인구증가율은 분명 낮아지리라.

완벽한 조건이 되기전에는 아이를 배속에 품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부정적으로 상상해본다면 분명 한 2010년에는 학교에는 감기도 걸리지 않는 남자

아이들만 한반에 바글바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는 그러고도 남음이다.

귀가 쫑긋해지던 그 기사는 생각해볼 수록 끔찍한 결과만 낳을 것 같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첨단의 과학 기술을 접하고 사는 우리들이다.

발전된 기능, 세련된 디자인, 튀는 감각.

이런 것이 없는 물건들은 단품이 되는 세상이다.

아니 사람마저 가차 없이 회사에서 짤리는 세상이다.

그 세상에 휩쓸려서 사람마저 그런 식으로 버려지고 있다.

나 역시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주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다.

 

"그는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리라."

 

주님의 마음은 그러하시다.

주님이 창조하신 것은 모두가 소중하시다. 그것이 갖고 있는 단점마저.

그런 것을 내치시는 분 같으시면 이세상에 태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다 못해 들판에 핀 들꽃과 새들에게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치장해

주시는 분이시건데 우리 인간에게는 오죽 정성을 쏟으셨으랴.

첨단이란 말이 아니면 먹히지 않는 요새 세상, 남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 이런 세상에 주님은 당신의 우리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시면서

은근한 경고를 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주님 보시기에 미흡한 우리도 주님은 그렇게 애지중지 하시는데 우리라고

무엇이 잘나서 그렇게 함부로 물건이건 사람이건 내치는지…

이런 부족한 우리들이 그 안에서 그 어떠한 이유를 내세워서 차별과 멸시를

일삼는 것을 보시고 주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슬프도록 고마운 성서구절이다.

그리고 아프게 나의 어리석은 편견을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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