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1999-12-15 조회수1,851 추천수8 반대(0) 신고

너희는 참으로 행복하다

 

요즘에 아파트 단지나 작은 연립 주택 또는 개인 주택의 창을 보면, 그냥 일반적인 유리창이 아니라 칸 구분이 없는 통유리를 끼우는 곳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밖을 향해서 좀더 넓은 창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시원하게 보이는 유리창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닦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마 일반 유리창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넓은 창을 통해 시원하게 세상을 보고 싶지만, 닦지 않으면 먼지와 각종 얼룩으로 밖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들의 마음의 창 역시 교만과 편견 혹은 무지로 생긴 얼룩으로 인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내 안에 만들어진 교만과 편견과 무지의 얼룩무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아, 세상은 온통 얼룩무늬뿐이고, 순수한 제 빛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구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까? 또한 "난 그래도 아직 순수한데 세상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오염되고 얼룩져 있을까"라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

사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우리들이 가졌던 창의 크기나 질이 아니라, 그 후로 우리들이 그 창을 얼마나 청소하고 닦고 지웠느냐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내 창은 다른 사람 창보다 두 배나 넓게 세상을 볼 수 있고, 두 배나 넉넉하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잘못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넓은 창문일수록, 그리고 큰 창문일수록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더욱 많고 먼지가 앉을 자리고 많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남을 향한 작은 마음의 자리라도 자꾸 비우고 나누고 닦으면 그곳을 통해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내가 최고다라는 식의 편견이나 나만 순수하다는 식의 고집을 가지고는 세상을 볼 수가 없습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예수님에 대해서는 우리의 좁은 눈으로는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자신의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서 오시기로 하신 분, 즉 메시아가 당신이시냐고 묻습니다. 사실 요한은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 때, 이분이 바로 메시아이심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왜 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요?

아마도 세례자 요한도 한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즉,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을 먹보요 술주정뱅이,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 의심이 생겼던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오랜 전통을 인용해서 말씀하십니다.

"소경이 보게 되고 절름발이가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

그리고 메시아가 분명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

오목 렌즈나 볼록 렌즈를 통해서는 사물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교만, 편견, 무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마음에 얼룩이 생겨서 바르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들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창이 크던 작던, 그것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작은 창이라도 편견과 무지의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늘 겸손되게 주님을 믿고 따름으로써, 내 마음의 창을 깨끗이 닦아야 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너희는 참으로 행복하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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