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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주보]성지주일-작가 최인호님의 묵상
작성자굿뉴스 쪽지 캡슐 작성일1999-03-24 조회수4,324 추천수2 반대(0)

 

어리석은 군중

최인호 베드로/작가

 

르봉(1841-1931)은 프랑스의 사회학자입니다. 그는 원래 박사학위를 받고 의사로 출발하였지만 차츰 사회심리학으로 기울어져갔습니다. 1895년에 쓴 [군중심리]란 책은 20세기의 대표적인 명저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발을 들여놓고 있는 시대는 군중의 시대다"라는 인식을 통해 르봉은 새로운 20세기가 '군중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군중은 자기 이상의 행동을 하게 되며 이것은 사회적으로 위험하고 억제할 수 없는 집단 난동 파멸을 일으키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군중 속에 일체화되므로 자기의식을 잃는 무명성(無名性), 개개인의 행동이 불분명하므로 책임의 소재까지 불분명하게 되는 무책임성, 정보가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상상과 소문으로 판단하는 무비판성의 군중심리로 인해 20세기에는 어리석은 군중에 의해서 세기말적인 현상이 일어날 것임을 예언하였습니다.

 

그는 또한 위기상태에 처했을 때 '좋은 리더'가 있으면 파멸적 상황을 피할 수 있으나 '선동자'가 나타나면 군중은 폭도로 변해 파괴적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였습니다. 르봉의 이러한 주장은 실제로 히틀러와 같은 나치즘의 선동자와 스탈린, 모택동 등과 같은 공산주의 선동자들이 나타남으로써 입증되었으며 이들 선동자들에 의해서 인류는 전무후무한 참혹한 비극을 겪게 되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나가서 주님을 맞으며 찬양하였습니다.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요한 12,13).

 

'호산나'는 '구원하소서'의 뜻으로 기쁨과 승리를 노래하듯 유다인 전통의 환호성이었습니다. 이렇게 주님을 찬양하던 군중들이 불과 며칠 만에 주님을 향해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하고 외칩니다.

 

주님을 찬양하던 군중들이 하느님의 아들을 죽인 폭도들로 변했던 것은 성서에 나타나 있듯이 대사제와 원로들의 '선동'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군중들은 어째서 살인과 폭동을 일으킨 바라빠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군중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면서"(루가 23,34) 주님의 피에 대한 책임을 자손들까지 지겠다는 엄청난 광기까지 부리는 것입니다(마태 27,15-25 참조). 이 모든 비극은 르봉이 말했던 것처럼 몇몇의 파괴적인 선동자들에 의해서 어리석은 군중이 폭도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주님에 대한 사형판결이 이천 년 전에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은 중앙법정에 넘겨져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악의 선동자들은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한순간에 수천만 명이 한꺼번에 보고 읽을 수 있는 매스컴의 엄청난 위력을 통해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 하고 우리를 원격조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들은 어리석은 잠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어떻게 처신할지 깊이 생각해서 미련한 자처럼 살지 말고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 이 시대는 악합니다. 우리들은 어리석은 군중이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고 살아가는 빛의 자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에페 5,14-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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