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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의 복음 묵상 - 연중 1주간 목요일(마르1,40-45)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21-01-14 조회수1,420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1주간 목요일(마르1,40-45)

 

주님 앞에 무릎을 꿇어라

 

편찮으신 분이 많습니다. 질병으로 다가온 고통을 이긴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주님께 믿음을 고백해도 아픔은 여전하기 때문에 진정 그분이 함께하시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도합니다. 주님, 하고자 하시면 모든 것을 이루실수 있으시니 고통을 거두어 주시고 당신이 몸소 함께 하고 계심을 느끼게 해 주십시오. 고통이 계속된다면 믿음이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시고, 오히려 그 아픔을 통해 당신의 수난 고통을 체험하는 시간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유다인들에게 나병은 하늘에서 내린 형벌로 저주 받은 모습이요(레위13,34). 죽음으로 향하는 상태(욥기18,13)였습니다. 나병에 걸린 사람은 공공장소나 사람들의 모임에 나타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다가오면 자신이 ‘불결한 사람’ 이라고 외치면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하였습니다(레위13,45-46). 법은 접근을 막을 뿐 나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것이 율법의 한계입니다. 문제는 알지만 해결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는 예수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1,40). 하며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더 이상 다른 길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마치 물에 빠진 이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매달리는 간절한 심정으로 하소연하는 것입니다. 나병환자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상의 것이라도 할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항복의 자세입니다. ‘저의 목숨은 당신께 달렸으니 저를 살리든지 죽이든지 알아서 하십시오. 그저 저는 당신의 처분만을 기다립니다. 저로써는 더 이상 할 것이 없습니다.’ 라고 애원하는 자세요, ‘한 말씀만 하십시오. 당신은 저의 주인이고 저를 고쳐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고 저의 희망이십니다.’ 하는 순종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은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이러한 간절함에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죄인이고 불결한 사람이기 때문에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기 때문에 더욱 다가와야 하고 또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주님은 사랑과 자비로 감싸주시고 치유해 주시는 분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시는 분입니다. 예수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일’은 살리는 일입니다. 인간됨의 회복에 있습니다. 차별과 소외로 공동체에서 갈려나간 이들이 다시 공동체 안에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치유를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사실 우리는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인 나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애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릎을 꿇는 자세는 우리가 주님께 나올 때 취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임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앓고 있는 병에서 치유되려면 먼저 무릎을 꿇는 자세부터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내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찾아야 합니다. 주님의 뜻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 바오로회 유광수 신부님은 무릎 꿇지 못하는 원인을 다섯 가지로 말씀하셨습니다. 1). 자신이 믿는 주님이 어떤 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2). 지금 자신이 어떤 병이 들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3).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주고자 하는 선물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4). 교만함 때문이다. 교만한 자세란 목덜미가 뻣뻣한 자세이다. 몸이 굳어 있는 사람이고, 마음이 완고한 사람이다. 5). 하느님으로부터 자신이 받은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주님 앞에 무릎 꿇는 기쁨의 날 되시기 바랍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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