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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8월 10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2,310 추천수0

8월 10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 열정으로 투신하는 봉사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일을 하고 또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활동은 직업적인 일 외에도 취미나 운동, 여가나 레저를 위한 활동들의 종류와 양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일을 위한 활동보다 생활의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편인 것 같다. 

 

많은 활동 가운데 어떤 것은 지나쳐서 인간생활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중독’이라 일컫는다. 마치 약물중독처럼 몸과 정신과 마음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활동들은 좀 지나쳐도 인간에게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사회생활에서 자신감을 심어주거나 적극성을 띠도록 만들고, 또 자기 생활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활동에 열성을 가진 사람을 일컬어 ‘마니아’라고 한다. 말 그대로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건전한 활동들로, 스포츠나 레저 같은 취미활동들이 그렇다. 이른바 마니아들은 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병이 날 정도로 선호하고 자주 하고 싶어한다. 이런 것들도 어떤 면에서는 중독의 한 유형이지만, 오히려 건강과 인간 개발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권장해야 할 대상이 된다. 

 

교회 안의 신앙활동 가운데 ‘마니아’ 같은 활동은 없는가? 당연히 있다. 아니 많다. 대부분의 신앙활동은 오히려 마니아 같이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 신앙은 표현되고 드러나는 활동이 된다. 따라서 교회의 모든 활동은 ‘열성’이 필요하다. 마리아와 마르타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마리아 같은 ‘배려’도 중요하지만, 마르타 같은 열성도 꼭 필요하다. 

 

초대교회 때부터 하느님 사랑에 대한 열성을 보인 분들은 사도들이었다. 그리스도 부활로 얻게 된 새 생명의 힘과 성령의 은혜로 선교에 열성을 보였다. 성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초세기 교회 때(4세기경)부터 이들 두 사도 다음으로 공경받는 로마의 수호성인이 있다. 바로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이다. 그는 로마의 여러 순교자들 가운데 가장 존경을 많이 받는 순교자이다. 그 당시에 로마에서 지은 오래된 성당 가운데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오늘날까지 남아있을 정도이다. 

 

성 라우렌시오는 다른 사도들처럼 복음을 직접 전하고 가르침을 펼치는 일을 하지는 않았다. 부제로서, 여느 집사장처럼 교회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일이 주 업무이며 자신의 봉사직이었다. 

 

초대교회 때부터 사도들이 영과 지혜가 충만한 일곱을 뽑아 교회 살림살이를 맡긴 그 직분이었다(사도 6,3-6 참조). 그는 258년 식스토 2세 교황과 자기의 동료 부제들 네 명이 순교한 나흘 뒤에 화형을 당한 것으로 전한다. 초대교회는 모두가 자기 재산을 공동 소유로 사용하였다(사도 4,32-37 참조). 그는 재산 관리자였기에 교회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자신의 신앙과 열성에 비추어 하느님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공동 소유의 재산이었기에 박해자들이 재산을 탐하여 박해를 일삼는 면도 없지 않았다. 교회의 재산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이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열성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동료들과는 별도로 산 채로 석쇠 위에서 화형을 당했던 것이다.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은 순교한 이날 지내고 기념한다. 이날 전례에서 보듯이, 그는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충실히 봉사하였고 (그래서) 순교의 영광을 받았던”(본기도) 것이다. 독서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 열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가르친다. 그 열매는 자선을 위한 열매로서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려고 주신 것이다(제1독서). 그래서 자선을 잘 베풀고 인정이 많은 사람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임을 가르치며, 베푸는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은 자세로 베풀어야 함을 말해준다(화답송). 이러한 삶의 자세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열성에서 오는 것이며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백 배, 천 배의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됨을 일깨워준다(복음). 

 

직접 복음을 가르치고 설파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맡은 교회 안의 직분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열성적으로 드러내고 실천하려 애썼던 성 라우렌시오를 기억하자. 자신의 역할, 자신의 임무에 소홀함이나 흔들림 없이 ‘마니아’ 이상으로 자신을 모두 투신하고 순교까지 한 그의 자세를 우리도 본받도록 노력하자. 열정과 열성의 계절인 여름을 맞아 그의 정신을 생활 안에서 실천해 보자.

 

[경향잡지, 2003년 8월,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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