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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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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1,396 추천수1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 : 사랑과 진리를 위한 희생(9월 20일)

 

 

인간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고통 없는 삶이란 없다. 병이 생겨서 육신의 고통이 있고, 배신이나 소외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있으며, 죄악과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 힘들어하는 영적 고통도 있다. 

 

이렇게 고통은 힘들다. 특히 원하지 않는 고통은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데도 닥치는 고통은 더욱 힘들다. 그래서 어떤 이는 불현듯 닥친 고통을 힘들어 괴로워하기도 하고, 또는 고통을 이기고 극복하려고 무진 애를 쓰기도 한다. 고통은 이렇게 원하지도 않는데 불쑥 다가와 인간을 괴롭히고 슬프게 만든다. 그래서 고통은 자의적이 아닌가 보다. 

 

그런데 자의적으로 고통을 찾아 감수하는 것이 있다. 이것을 ‘희생’이라 한다. 강요된 희생은 고통이지만, 닥칠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찾는 희생은 그 가치가 크다. 더욱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고, 더욱 중요한 것을 얻으려고 희생을 치른다. 인간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얻으려고 노동하고 수고하는 희생을 한다. 자기의 자아를 찾고 더 나은 정신적 기쁨을 얻으려고 독서를 하고 명상을 한다. 

 

요즈음에는 병영 체험이나 도보 순례 등을 통해서 그런 것을 얻기도 한다.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들은 희생이며 인간적이고 육체적 고통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영적인 성장과 평화를 얻기 위해서도 희생은 필요하다. 자기를 끊임없이 죽이는 희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서 떠나고 새로운 삶을 희구하는 쇄신의 생활 태도가 그런 것이다. 희생 없이는 모두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래서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던가. 더 큰 일을 위해, 더 큰 것을 실천하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고 자기를 희생한 우리 젊은이의 이야기도 들었다. 올 여름에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고 물 속에 뛰어들었다가, 다 구하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자신마저 희생되기도 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더 큰 가치, 더 큰 일을 위해 희생하는 일은 직접적인 결실과 관계없이 값진 것이다. 희생을 감수하려는 자세와 노력, 그리고 몸소 실천한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이미 실현된 것이나 진배없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더 큰 가치를 실현하였다. 인간을 사랑하였고, 인간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였으며, 그것이 몸에 밴 사람들로서 그 가치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뛰어들었으며, 진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였다. 

 

믿음을 가진 우리는 신앙 안에서 이 점을 배운다. 사랑을 위해서, 진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줄 알도록 배우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우리 순교자들이 그랬다. 주님께 대한 사랑, 복음에 대한 진리를 따라 자신을 희생하고 목숨까지 바치신 분들이다. 

 

교회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정해 지낸다.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삶을 되새긴다. 특히 이 달에 우리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을 지낸다. 이날 사도 바오로가 전해주는 독서 말씀은 우리에게 이 점을 깊이 깨우쳐준다. 하느님의 사랑에 매인 사람들, 주님의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들은 결코 하느님과 멀어질 수 없다.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를 그 사랑에서, 그 진리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렇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어떠한 고통이 엄습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랑을 지켜내고, 그 진리를 수호할 것이다. 그것이 하느님을 믿는 우리 신앙인의 태도이며 자세이다. 

 

우리의 순교 성인들은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모범을 보였다. 우리가 은혜로이 받은 신앙도 결국 그분들의 희생으로 맺어진 결실이며 열매이다. 그분들은 천상에서 우리도 그렇게 살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 얼마나 기분 좋고 마음 든든한 일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자신을 희생하며, 더욱 값진 사랑과 진리라는 신앙의 가치를 실천하고 얻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예수께서 우리에게 일깨워주신다. 

 

복음은 말한다. 주님을 따르려는 사람은 오히려 자기를 버리라고, 그리고 희생이라는 자기의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역설이지만 자명한 말씀이다. 희생으로 얻게 되는 참 삶의 이치를 깨우쳐주시는 말씀인 것이다. 

 

순교자 성월을 지내면서, 특히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을 맞아 우리의 생활이 더욱 값지고 가치 있도록 수준을 높여보자. 순교자들의 그 희생정신을 몸에 익히고 더 큰 사랑을 얻고 진리에 더욱 가까이 나아가도록 해보자. 요즈음 회자되는 말, 이른바 순교자 정신으로 무장하여 우리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도록 노력해 보자.

 

[경향잡지, 2001년 9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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