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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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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1,420 추천수0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하느님께서 세우신 구원계획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이치대로 진행된다. 때가 되면 해가 뜨고 지고, 또 달도 뜨고 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제 제법 추운 겨울이 이 시간을 맞고 있다. 시간뿐 아니라 일어나는 일들도 그렇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문제가 생기면 해답이 필요하다. 불을 땐 곳에 연기가 솟고, 무엇이든 간여한 만큼 그 결실이 달라진다.

 

세상은 이렇게 이치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이 이치와 원리들을 깨달아 그 결과를 얻으려고 그만큼 노력하고 투자하고 힘을 쏟는다. 그리고 능력의 한계도 안다. 어떤 것은 그만한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이 제한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하느님께는 한계가 없으시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있고, 자기 능력의 정도를 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능력과 권능을 지니신 분이시다.

 

제한된 세상, 한정된 이 지상에 하느님의 무한한 능력이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 하느님의 능력이 우리가 사는 이 지상에 펼쳐질 때, 여러 다른 현상들이 나타난다. 인간의 합리적인 사리판단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도 하느님께서 개입하시면 기적으로 나타난다. 성서에서 보듯이, 기적으로 나타난 하느님의 능력을 보고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게 되었다. 그 믿음은 사람들을 모아 교회를 이루고 교회는 하나된 믿음, 곧 하느님께 대한 신앙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기적으로 맺어진 하느님과의 끊을 수 없는 신앙이 교회생활의 초석이며 밑거름이다. 이 믿음은 또한 믿는 이들이 기적의 삶을 체험하도록 만든다. 하느님께서 늘 개입하시기에 교회의 신앙생활은 언제나 새롭고 기적적이며 신비롭고 은혜가 넘친다. 하느님께서 믿는 이들 가운데 함께 계시고 언제나 섭리하시며 우리 삶 안에 개입하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섭리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내용들도 하느님의 능력으로 가능한 것임을 말해주는 특별한 축일들이 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축일은 8세기 이후부터 동방의 비잔틴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이신 성녀 안나가 마리아를 잉태한 것을 기념하였는데, 여기서 출발한다. 교회의 깊은 신앙과 영성적 숙고에서 생겨난 축제인 것이다.

 

11세기에 영국으로 전승되었고, 노르망디 국가(프랑스 북부 해안 지역)의 축일로 지정되기까지 하였다. 결정적으로는 1437년 바젤 공의회에서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가 교의로 확정된 것이다. 특히 우리 한국교회는 원죄 없으신 성모께 한국교회를 봉헌하고 교회의 수호자로 선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날 12월 8일은, 성모 성탄 축일이 9월 8일이기에, 탄생에서부터 만 9달 전에 잉태되신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올해는 대림 주일에 해당되므로 하루 늦추어 월요일에 지낸다.

 

그렇다면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한 신앙의 의미는 무엇일까? 성모님은 그리스도를 수태하시는 궁전이시기 때문에, 탄생은 물론이고 잉태될 때에도 원죄 없으신 것이라고 신앙은 이해하고 있다. 하느님이시며 왕이신 구세주 그리스도를 열 달 동안이나 몸속에 모실 분이시기에 태어날 때부터 이미 원죄에 물듦이 없는 깨끗한 몸이셨다는 것이다. 곧 예수의 탄생을 잘 준비시키려고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도록 은총으로 도우셨다는,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향한 교회의 신앙고백이 바로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인 것이다.

 

이날은 대림시기 중이지만 대축일로서 ‘대영광송’을 노래한다.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한 찬미이며, 그분을 통하여 구세주께서 우리에게 오셨기에 기뻐 환호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에 대한 당신의 구원계획을 실현하심을 찬미한다.

 

한결같이 성자의 거처를 마련하시려 마리아를 원죄 없이 잉태되게 하신 하느님을 찬미하고(본기도), 성모님의 원죄 없으심이 성자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이같이 성모의 티 없으심은 성자의 신부인 교회의 티 없는 설립에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경탄하며, 성모의 원죄 없으시고 티 없으신 성덕이 하느님 백성의 모범이 됨을 찬미한다(감사송). 뱀의 유혹에 빠져 원죄를 지었지만(제1독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구세주 잉태의 소식으로 기쁨이 다가왔으며(복음), 당신의 구원계획을 펼치시려고 하느님께서 천지창조 이전에 우리를 뽑으셨다(제2독서)는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찬미한다.

 

이 축일에 교회의 찬미를 받으시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이렇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로 설명되지 않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구원계획에 맞추어 하느님께서 섭리하시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구원의 역사는, 축일들을 지냄으로써 이제 우리 가운데 실현되고 있다.

 

성모님의 티 없으신 모범을 따라 우리도 구원의 역사에 한걸음씩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경향잡지, 2002년 12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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