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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새해와 축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2,131 추천수0

[전례 해설] 새해와 축복

 

 

1월은 야누스의 달이었다. 고대 로마의 신 야누스(Janus)는 앞뒤로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등 주로 문을 지켰다. 문은 시작을 뜻하기 때문에 모든 사물의 출발점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두 개의 얼굴은 앞과 뒤, 시작과 마침, 과거와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눈을 의미했다. 지난해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해의 계획을 성실하게 세워보자는 뜻이기도 하다. 영어의 1월(January)이나 라틴어의 1월(Januarius)은 한 해의 개시자로 여겼던 야누스의 달에서 나은 단어이다.

 

로마 제국에서는 원래 3월 1일이 한 해를 시작하는 국민 축제일이었다. 그런데 황제 율리오가 해의 첫 날을 1월 1일로 앞당겨 실시하였다(기원전 153년). 그리고 성대한 의식과 헌납, 연회, 상호 방문, 새해 선물 교환이 행해졌다. 외교 사절들은 신년의 외교 관계를 협의하고 1월 3일에 황제를 알현, 신년 축하 인사를 하였다. 오늘도 이 신년 하례가 각국 정부에서 계승되고 있다.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1582년 율리오력을 개정하여 현행의 태양력을 도입하였고, 1691년 교황 인노첸시오 12세 때에 1월 1일이 국제적으로 새해의 첫 날임을 공인하였다.

 

성탄절과 신년의 인사는 ‘축복의 크리스마스와 행복한 새해’란 말이 공식 용어처럼 사용되지만, 여기에는 ‘불행은 물러가고 행복이 들어오라’는 고대인들의 염원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의 우리도 정월이 되면 누구나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의 설계를 한다. 지난해의 잘못, 죄, 과욕을 씻어버리고 새해의 희망과 기쁨과 감사의 생활을 위하여 새로워져야 한다.

 

 

1월 1일의 전례

 

현 교회 전례력으로 1월 1일은 성탄 팔일 축제이며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이다. 또한 세계 평화의 날이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에는 주의 할례 축일, 예수 성명 축일이기도 하였다.

 

초기 로마 교회에서는 1월 1일이 마리아 축일이었다. 이것은 로마보다 먼저 마리아를 공경하고 축일로 제정하였던 동방 비잔틴 교회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세기 경부터 이교도들의 미신 행위를 억제하고 새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1월 1일이 성탄 제8부 축일임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런데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이날을 ‘주의 할례 축일’로 경축하였기 때문에 로마에서도 14세기경 ‘주의 할례와 성탄 8부 축일’로 명칭을 바꾸었다. 1969년 새 전례력 지침은 1월 1일을 원래의 로마 전례인 성모 대축일로 환원시키고 ‘예수 이름’도 기억하도록 하였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은 오늘날 모든 민족과 국가의 즐거운 명절이다. 새 미사 경본에는 여러 가지 공식적인 기원 미사가 있는데 그중 신년 미사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미사 지침에 따르면 이 미사는 1월 1일, 다시 말해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에 지낼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민족을 한 가족이라 생각하고 1윌 1일이 이 모든 민족의 축제일임을 감안한다면, 교회의 전례가 백성들의 축제에 좀더 적극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함은 바람직한 것이다. 또 우리 나라에서는 한국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1987년부터 1월 1일이 의무 축일로 되어 있다.

 

 

새해의 기도

 

새해의 첫 날 신정 미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금년에는 구정 설날도 l월에 들어 있으므로 이 기도 지향을 앞당겨도 좋을 것이다. 다음의 설날 본기도 내용은 설명 없이도 자신의 기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시작도 마침도 없으신 천주여, 오늘 시작되는 새해를 당신께 봉헌하오니,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어 새해에도 거룩한 생활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우리를 낳아 길러주시고 민족 문화를 꽃피워 주신 우리 조상들과 부모님들을 기억하오니, 먼저 가신 분틀에게는 영원한 천상 행복을 주시고, 아직 살아 계신 분들에게는 영육의 건강과 은총을 주소서.”

 

교황 바오로 6세는 1968년 1월 1일을 ‘평화의 날’로 선포하고 이후 매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제정하였다. 이 메시지에서 교황은 평화란 생명과 진리와 정의와 자유와 사랑이 지닌 가장 높고 가장 절대적인 가치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전세계 가톨릭 신자와 선의의 모든 이들이 동조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날 추천하고 싶은 기도문은 ‘평화의 기도’이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이 기도는 평화의 사도인 프란치스꼬의 평화에 대한 희망과 사랑, 그리고 복음 정신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지면 관계로 일부만 제재한다.

 

“주여, 나를 당신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얻게 하소서.”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복음 말씀대로 유다인들은 아기가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베풀었다. 예식의 집행자는 다음과 같은 축복의 말을 하였다. “이 법규로써 우리를 축성하시고 할례를 베푸시는 주님이신 하느님이시여, 축복을 내리소서.” 이어서 참석자들은 시편의 한 구절을 합송하였다. “주여, 당신의 아들로 뽑으신 자를 축복하소서.”

 

일찍이 하느님께서 할례를 정하셨을 때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이라고 바꾸어 주셨다. 그 후 어린이가 할례를 받을 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관습이 생겼다. “그날이 되자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준 대로 그 이름을 예수라 하였다”(루가 2,21).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고,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며 주님의 이름을 부른다. 이것이 믿음의 핵심이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스스로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사도 9,14)이라고 하였다. 특히 세례 때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 자신이 주님의 이름을 받았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이고 받아 주시기를 청하며 주의 이름이 현양되도록 행동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내가 이루어 주겠다”(요한 14,14).

 

 

하느님의 축복

 

오늘 미사의 제1독서 내용인 민수기 6장 22-27절의 축복에 관한 말씀을 살펴 보자.

 

첫째, 하느님은 축복의 원천이시다. 세속적인 축복은 예언자, 카리스마적 지도자, 왕들, 선지자 등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목 서간은 야훼가 유일 무이하게 본래의 축복 부여자임을 지적하고 있다. 간단한 축복 예식에서 세 번씩이나 주체는 야훼이심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은 남이나 자기를 스스로 축복할 수 없다. 하느님만이 축복과 도움과 생의 충만을 주실 수 있다.

 

둘째, 축복의 중개자는 사제이다. 야훼는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축복의 권한을 주셨다. 하느님께서 본래의 축복자이시지만 그분은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따라서 사제들을 통하여 축복식을 행하도록 하셨다.

 

셋째, 축복의 내용은 은총과 평화이다. ‘샬롬’이란 이스라엘 말은 평화라고 쓰이지만 원래 건강, 행복의 뜻으로 아무 손상 없는 무사 태평함이다. 평화로운 인간 관계와 정치적인 평화의 기대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세적인 안녕이 첫째 뜻으로서, 축복 예식에서 히느님께서 선물로 주시기를 바랐던 것이다.

 

넷째, 축복은 계약이다. 축복은 백성의 순종과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또한 야훼와 이스라엘 사이에 맺은 계약의 구성 요소이다. 야훼가 축복으로 계약을 수행하듯 이스라엘도 계약을 지켜야 한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바라고 계획을 세운다. 새해에도 많은 소망과 계획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계산에 넣을 것은 하느님의 도우심이다. 계획은 사람의 일이고 성공은 하느님의 일이다. 성공은 결국 하느님의 축복에 달렸다. 그래서 매사에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분의 힘으로 소원을 성취하는 것이다. 가정, 부부, 자녀, 병자, 순례자, 새 건물, 새 집. 자동차, 동물 등 여러 환경에 대해 사제들에게 축복을 요청할 수 있다.

 

[경향잡지, 1990년 1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대전 선화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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