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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5월 31일, 성모성월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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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1,903 추천수0

성모 성월 마지막 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사랑은 적극적인 봉사

 

 

오월은 참 좋은 계절 같다. 사월의 봄꽃들이 진 자리마다 푸른 잎이 돋아나, 꽃보다 더 곱고 싱그러운 자태를 뽐낸다. 서둘러 여름 날씨로 바꾸기라도 할 듯이 초목들은 벌써 푸른 그늘을 드리운다. 그래서 일찍이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했다. 이 달은 어린이날이 있어 즐겁고, 어버이날이 있어 흐뭇하고, 스승의 날이 있어 감사하다. 또 교회는 ’성모 성월’을 지내므로 더욱 은총이 충만한 때인 것이다.

 

그런데 오월은 휴일도 많고,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잔치와 행사들이 줄을 이어 한 몸으로 쫓아다니기에 버겁고 바쁜 시절이다. 당연히 지출도 늘어나 웬만한 사람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래서 힘든 달이라고도 말한다. 특히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는 어머니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숱한 희생과 노고는 우리 일상에서 기본적으로 삶을 일구어나가는 것들이며, 그것은 인간 삶의 바탕인 ’사랑’에서 시작하였다. 우리는 그 힘으로 그런 희생과 수고를 치르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성모 성월’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이 점을 깊이 있게 묵상해 보아야 한다. 성모님의 삶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성실하게 응답한 모습을 찾아본다.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소식을 듣고 스스로 "주님의 종"임을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임신한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가 문안하고 함께 지내며 ’적극적으로 봉사’하였다. 이 방문으로 ’성모의 노래’(Magnificat)라는 아름다운 찬미의 노래가 생겨났으며, 엘리사벳의 뱃속에 든 아기 요한이 성화되었다(루가 1,44).

 

그렇다면, 성서의 이 이야기가 어떻게 축제일로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을까? 처음 시작한 것은 비잔틴 동방교회로, ’성모님의 거룩한 옷’(블라쉐르느)을 안치한 기념성당에서 축일을 지내면서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방문한 복음 이야기를 봉독하였다. 축일은, 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6월 24일)의 팔일 축제 다음날인 7월 2일에 지냈다. 중세 때 이교들이 창궐하였는데, 14세기말 성모님의 중재로 이것을 중단시키려고 이 축일을 제정하였고 이후로 교회에 널리 전파되어 지내게 되었다.

 

특히 바젤 공의회에서는 고유 미사 기도문을 도입하여 더욱 장려하였고, 15세기에는 여러 수도회들이 이 축일을 받아들여 고유미사를 봉헌하였다. 그리고 17세기에 와서 ’성모의 엘리사벳 방문 축일’이란 이름으로 완전히 정착하게 된다. 끝으로 새 전례력에서는 이를 성모성월 마지막 날인 5월 31일로 옮겨서 거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축일이 교회 안의 신자들에게 널리 전파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기는,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 이야기가 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대한 성모님의 깊은 사랑의 태도, 그 사랑을 실천하시는 적극적인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좋은 모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날 미사에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두 개의 독서가 마련되어 있다.

 

스바니아서(3장)는 ’시온의 딸’(성모님의 예표)에게 전하는 기쁜 소식을 들려주고 있으며, 로마서(12장)는 성모님이 친척을 찾아가신 이야기를 가리켜 깊은 형제 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화답송은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여 ’주님만이 우리의 찬미’라고 노래한다.

 

복음은 당연히 엘리사벳 방문 이야기이다. 문안 인사로 요한이 즐거워하고, 성모님에 대한 칭송이 곧 주님 찬미의 노래로 이어진다. 그리고 성모님은 임신한 엘리사벳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봉사하게 된다. 사랑은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생활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날 축일의 미사 고유 기도문을 통해서 이를 잘 일깨워주고 있다.

 

① 우리는 성령의 인도로 살아야 한다.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은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졌으며, 그래서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면 성모님처럼 주님을 찬미하게 될 것이다(본기도).

 

②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수고하여야 한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겸손하게 응답하셨다. 그 사랑을 하느님께서 받아들이셔서 구원의 제사로 삼으셨다. 곧 우리가 봉헌하는 구원 제사도 모두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예물기도).

 

③ 그리스도를 만나 함께 지내는 생활을 해야 한다. 뱃속에 든 요한이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를 만나 기뻐 뛰놀았듯이, 우리도 성체 안에 감추어 계시는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받아 모셔야 하는 것이다(영성체 후 기도).

 

오월의 마지막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은 성모 성월을 마무리짓는 날이기도 하다. 성모 성월을 지내면서 이 축일이 보여주고 기념하는 성모님의 사랑의 태도를 깊이 묵상해 보자. 성모님의 달, 역시 좋은 계절이다.

 

[경향잡지, 2000년 5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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