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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복음환호송, 깨어 기다리는 존경의 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3,968 추천수0

복음환호송, 깨어 기다리는 존경의 예

 

 

한 아이에게 아빠가 있었다. 아빠는 이 아이를 매우 사랑하였다. 아이도 아빠가 자기를 좋아하시고 사랑하시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주신다는 것을 안다. 오늘은 아이의 생일이다. 그래서 아빠가 선물을 사오신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이는 비록 시간이 늦더라도 잠자리에 들지 않고 선물을 사오실 아빠를 기다린다. 아빠가 나를 위해 선물을 사가지고 오시는데, 오늘 같은 날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 수는 없는 일이다. 늦더라도 기다린다. 또 나를 위해 특별한 것을 준비하셨는데 기다리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아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깨어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기분 좋은 것, 나를 매우 기쁘게 하는 일이 있으면, 나는 그것을 기다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잠도 설친다. 특별히 나를 위한 기쁜 소식을 전해줄 이가 온다면, 설레는 마음, 깨어 기다리는 자세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쁜 소식’ 곧 복음을 전해주러 오신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소식이다. 복음은 미사의 말씀 전례 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이다. 복음을 중심으로 그날 미사의 말씀 전례와 미사의 노래들이 구성된다. 복음의 주제에 맞추어 독서(들)이 선택되고, 또 복음의 내용에서 입당송과 영성체송의 주제를 취하게 된다. 이렇게 복음은 그날의 미사를 결정짓는 핵심 내용인 것이다. 복음은 미사의 중심일 뿐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주님께서 전하시려는 주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기쁨을 전해주시는 말씀이다. 곧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는 말씀이다. 부활이 가져다주는 생명의 말씀이다. 영원한 생명에 관한 말씀이다. 결코 부족함이나 모자람이 없고 바뀌지 않는 ’절대적’인 말씀이다. 우리를 살게 하고 살리시는 소식이며, 하느님의 완전한 말씀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좋으신 하느님의 말씀을 이제 곧 말하러 오시는 분을 그냥 앉아서 성의없이 맞아들이지는 않는다. 설레고 기뻐하며 흥겨운 노래라도 부르면서 맞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복음을 듣기 전에 우리 모두는 ’일어서서’ 복음 환호송을 ’노래’한다.

 

복음 환호송은 공동체가, 복음을 선포하러 오시는 주님을 환영하는 노래이다. 자신들에게 말씀하실 주님을 맞으면서 ’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하고, ’부활하신 주님을 믿습니다.’라고 신앙을 고백하는 노래이다. 과거에는 복음 환호송을 ’알렐루야’라 불렀으며, 알렐루야를 하지 않는 사순시기에는 ’복음 전 노래’라 하였다. 옛 로마 전례에서 몇 가지 환호들은 번역하지 않고 원문(히브리말, 아람말)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아멘’, ’호산나’ 등과 함께 알렐루야도 그중의 하나이다. 알렐루야의 원뜻은 ’너희는 주님을 찬양하라.’이지만, 흔히 전례나 기도 중에 공동체가 하느님 앞에서 또는 하느님을 향하여 외치는 기쁨의 환호로서 전례에서 그대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알렐루야는 본래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는 환호이다. 묵시록(19,1.3.4.6)에서 보듯이 알렐루야는 하느님과 그리스도께 드리는 ’감사와 승리의 환호’였다. 그래서 사순시기에는 알렐루야를 노래하지 않는 것이다(미사 전례 총지침, 37항). 알렐루야가 그 자체로 전례의 환호노래이므로 복음을 듣기 전에 부르는 노래로서 본래의 의미를 살려 ’복음 환호송’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 부활의 기쁨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순시기는 다른 복음 전 성구로 노래하며, 다른 때에는 모두 복음 환호송인 ’알렐루야’를 앞뒤로 반복하여 부른다.

 

그러면 복음 환호송은 어떻게 부르는가? 복음 환호송인 알렐루야가 언제부터 전례에 들어왔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초대교회에서부터 자주 사용되었던 것은 분명하며, 미사에 도입된 것은 아마도 3세기경, 늦어도 4-5세기 이전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영광송이 그랬듯이 처음에는 축제 환호로서 예수 부활 대축일, 부활시기에만 불리다가 점차 주일과 축일 그리고 7세기 이후에는 평일미사에서도 사용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복음 환호송은 복음 전 성구와 함께 복음을 준비하며 주님을 환영하는 노래이므로, 그날 미사 복음의 한 구절이나 하느님 말씀에 대한 자세, 믿음 등을 나타내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제2독서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지만, 다음 독서인 복음을 준비하고 맞아들이는 노래이다. 그래서 알렐루야인 복음 환호송은 꼭 노래로 한다. 그 방법은 모든 이가 함께 노래하거나, 성가대나 선창자가 시작하며, 경우에 따라 반복할 수도 있다. 또 복음 환호송을 부르는 양식으로는 알렐루야와 복음 전 성구를 함께 부르거나, 알렐루야 시편이나 알렐루야를 생략한 화답 시편만 부르거나, 화답 시편을 생략하고 알렐루야만 부를 수도 있고, 노래로 하지 못하면 그냥 낭독하거나 생략할 수도 있다(미사 전례 총지침, 38-39항). 그것은 어떤 형식으로 하든지 복음 환호송은 성가대나 독송자의 노래가 아니고 ’공동체 전체가 함께 부르는 노래’임을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다.

 

간혹 복음 환호송을 복음 봉독 전뿐 아니라 봉독 후에 다시 반복하여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동방전례에서 흔히 행하는 방식이다. 서방교회도 더러 그와 같이 하는 것을 본다. 복음에 대한 기쁨을 노래하는 것이기에 복음을 들은 후에 반복하여 노래하는 것은 그 기쁨을 더욱 북돋우는 것으로 더 좋아보인다. 주님께서 기쁜 소식을 갖고 오신다. 여기에 우리는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의식을 갖고, 곧 깨어서 기다리는 노래를 부른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복음 환호송이다. 주님께서 오시는데 기쁜 마음으로 노래할 뿐만 아니라 노래를 잘 준비하여 불러야 한다. 그것이 주님을 맞아들이는 존경의 예를 갖추는 것이 될 것이다.

 

[경향잡지 1998년 6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효성 가톨릭 대학교 교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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