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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주님의 날1: 우리가 지킬 것, 우리를 지켜주는 것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3,413 추천수0

주님의 날 (1) 우리가 지킬 것, 우리를 지켜주는 것

 

 

사람들의 삶에는 규칙이 있다. 사회에는 여러 법이 있고 제도가 있다. 또 도덕이 있고 윤리가 있고 인간의 도리가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지켜야 할 것’으로 이해한다. 이것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왜 법을 지키고 윤리를 실천해야 하는가? 법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법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을 지킴으로써 우리 사회가 지켜지고 우리 인간을 존중하게 되고 나 스스로를 보호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일미사의 의무는 ‘지켜야 할’ 교리

 

그리스도인도 신앙인으로서 지켜야 할 일들이 많다. 믿을 교리가 있고 생활로 ‘지켜야 할’ 교리가 있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 그리스도인으로 살게 하는 그 가르침이 지킬 교리이며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일미사의 의무’이다.

 

신앙인은 전례에 참석한다. 전례는 예배이며 이 예배라는 기도를 통해 공적으로 하느님과 만나고 이웃들과 친교를 나눈다. 그래서 주일미사는 신앙인에게 주어진 최소의 의무에 속하는 당연히 ‘지킬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주일미사 참석자는 신자 대비 30% 정도이고, 연중 판공성사자 대비 40~50%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서양(20% 정도)에 비하면 높지만 너무나 낮은 수치이다.

 

 

왜 주일을 지키지 않는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왜 주일을 지키지 않는가? 현대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며 전문화되어 있다. 여기에 따른 직업도 세분화되어 있다. 다양한 직업군을 이루는 현대사회는 노동이 신성한 본래 의미를 점차 상실하고,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맞물려 이른바 ‘주말’이라는 개념 때문에 주일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게다가 주 5일 근무는 이것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달력에서 주일을 주간의 첫날로 계산하지만, 우리의 생활 속 인식은 주말의 한 부분으로 주일을 이해한다. 주일을 단순히 주말의 연장, 계속되는 휴식선상의 정기 공휴일로 인식하는 것이다.

 

주일을 ‘주님의 날’이기보다 ‘인간의 날’이라는 의미를 더 부각시킨다. 그래서 ‘주님의 날’로서의 의미가 더욱 상실된다. 주일이 되어도 주님을 찾기보다 나 자신의 것을 먼저 찾는 인식이 커진다. 당연히 주일의 의미를 소홀히 하게 된다.

 

주말이라는 인간적 가치, 참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유익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주일은 ‘인간의 날’이기 이전에 이미 ‘주님의 날’이다. 주님이 주인이신 날이라는 뜻에서 ‘주일(主日)’이다. 주간의 날이라는 의미에서 ‘주일(週日)’이 아니다. 주일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주님이시다. 우리 신앙의 주인이 ‘나’가 아니라 ‘주님’인 것과 마찬가지로, 주일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주님’이시다.

 

 

주일미사는 신자의 '권리'

 

어떻게 해야 우리가 주일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인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하였다. 우리의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주일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주님이시라는 생각, 내 신앙의 주인공은 늘 주님이시라는 마음가짐, 내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따라 살고, 내가 사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이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사시는 일이라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회는 더욱 세속화되어 간다. 물질이 풍요로워질수록 하느님을 잊고 멀리하는 현상들이 벌어진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스도교 주일의 의미마저 세속화된 ‘주말’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우리 신앙인까지 주일의 의미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주일을 모르고 주말만 찾는 비신자들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주일미사는 신자의 의무이기 이전에 ‘권리’이다. 하느님 자녀의 권리로 하느님을 찾아 만나뵙고 서로 사귀는 자리가 주일미사이다. 적극적이고 나의 행복을 누리는 기도시간이 되어야 한다. 소극적이고 마지못해 참여하는 주일미사라면, 주일미사는 세속적인 주말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주일을 장사 치르고 제사 지내는 꼴이 된다.

 

한정된 내 처지에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주님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한다. 내가 주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일이 우리를 지켜준다. 교회의 오랜 역사가 이 점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교회가 주일을 지켜왔다기보다는, 주일을 통해 교회를 지켜낸 것은 ‘주님의 날’이었다. 우리의 신앙은 언제나 흔들리고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우리의 나약한 신앙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것은 변함없이 우리를 든든하게 버티게 해주는 ‘주일’이다.

 

[경향잡지, 2003년 3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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