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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빵과 포도주 : 땀과 노동의 결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2,355 추천수0

[전례 해설] 빵과 포도주 : 땀과 노동의 결실

 

 

본당 신자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예물을 바치고 싶다며 찾아왔다. 35세의 소박한 부인이었다. 미장업을 하는 남편과 두 자녀를 돌보며 도시락집 또는 공장에서 단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성실한 신자였다. 열 돈중짜리 금을 내놓으며 하느님께 감사하는 뜻으로 가져 왔다고 하였다. “영세한 지 얼마나 되셨지요?” “5년 되었습니다. 당시 성당 건물도 없던 천막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모든 일이 잘되었습니다. 푼푼이 모은 돈으로 전셋집에서 살다가 작은 내 집까지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하느님의 은혜지요. 남편은 신자가 아니어서 제 뜻을 이해하지 못해 제가 모은 것을 적지만 감사의 표시로 드립니다.”

 

성실한 신자의 예물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이 열 돈중짜리 금이야말로 노동의 결실이요 땀의 소산이 아닌가? 온갖 애환과 피눈물이 섞여 있지 않겠는가? 이 예물은 봉헌자의 마음이요, 정성이며, 생명이요, 진정한 봉헌이 아니겠는가?

 

 

주님의 식탁

 

준비 최후 만찬 당시의 준비 상황을 생각해 보라. 해방절이 다가왔다. 회식할 장소가 필요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장소를 일러 주었다. 제자들은 명령대로 해방절 회식을 준비하였다. 저녁 때가 되어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와 함께 자리를 잡고 음식을 잡숫고 계셨다(마르 14,12-21).

 

여기서 회식의 중심 인물은 누구였는가? 그리스도였다. 중심 행사는? 식사였다. 음식의 종류는 빵과 포도주였고 예수님 말씀은 자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는 내용이었다. 오늘의 미사도 같은 상황이며 같은 뜻을 전하고 있다.

 

성당의 중심 부분은 제대이다. 그래서 신자들은 제대를 중심으로 모인다. 제대는 제사와 감사의 중심이며 예수 친히 최후 만찬을 거행한 식탁이다. 거룩하고 순결한 뜻을 드러내기 위하여 제대를 흰 보로 덮고 그 위에 십자가와 촛불을 켠다. 촛불은 부활, 생명, 봉헌, 제사, 사랑을 표시한다. 제대 위에는 성체포, 성작과 성작 수건, 미사 경본 등을 준비해 둔다. 이 모든 준비는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며 ‘주님의 식탁’(1고린 10,21)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미사 중 봉헌이란 말은 예수께서 최후 만찬 때 자신의 죽음을 지칭한 것이었다. 그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또는 ‘계약의 피’로서 바친 봉헌 행위였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1고린 11,26).

 

이 봉헌된 살과 피의 형상인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고 마실 때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봉헌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빵과 포도주는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 예물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형제와 공동체에 대한 배려요 준비이다. 그리스도께서 참 사제로서 자신을 아버지 하느님께 제헌하며 우리도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예식에는 봉헌이란 말 대신 ‘예물 준비’라고 표현하였다. 물론 지금도 봉헌의 의미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예물 행렬과 성가

 

원래 빵과 포도주를 준비하는 데는 아무런 예식도 없었다. 초기 호교론자이며 순교자인 유스띠노(167년경 사망)는 강론과 신자들의 기도가 끝난 후 빵과 포도주와 물을 가져 왔다고 하였다. 3세기 이후부터 점차 신자들이 예물을 들고 제대를 향하여 행렬하였고 사제나 부제가 그것을 받았다. 5세기경에 시편과 대송(Antiphona)을 노래하며 행렬하였다. 중세기에 행렬이 없어졌다가 현행 예식대로 새로이 실시하고 있다.

 

화폐의 발달로 11세기에 헌금이 시작되었다. 빵과 포도주 외에 금전이나 다른 예물도 바쳤다. 추수 감사절 미사에는 농산물이 넘치도록 쌓인다. 이 모든 예물은 인간의 노동으로 생산된 것이다.

 

미사 경본 지침(49항)은 빵과 포도주를 신자들이 바치는 게 더욱 좋다고 하였다. 전례용 빵과 포도주를 신자들이 옛날처럼 자기 집에서 가져 오지 않는다 해도 봉헌 예식을 통하여 자신의 영신적 의의와 효력을 갖게 된다.

 

영신적 의미란 봉헌되시는 주님의 자기 헌신을 본받아 믿음과 내적 희생으로 주님과 동참하고 참여하려는 의지이다.

 

가난한 형제들과 교회를 위한 금전이나 혹 다른 예물도 교우들이 직접 바치는 것이 좋다. 이런 물질적인 희사는 이웃을 돕자는 사랑의 발로이다. 좀더 넓게 보면 세상과 교회를 위한 책임 이행이다. 그러나 헌금은 감사송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끝내도록 주의할 것이다.

 

 

예물 준비 기도

 

“매일 미사” 통상문에 보면 성찬의 전례가 시작되는 ‘봉헌’ 부분에 다음 기도문이 나온다. “온 누리의 주 천주여, 찬미받으소서. 우리가 주의 너그러운 은혜로 땅(포도)을 가꾸어 얻은 이 빵(술)을 주께 드리오니,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음식이 되게 하소서(우리 영신 생명의 음료가 되게 하소서).”

 

이 기도는 예수님 이전 시대부터 있었던 유다인들의 감사 기도 즉 음식 축복 기도(베라카 : Beraka)를 약간 변형한 것이다. 빵과 포도주는 곧 하느님의 선물이고 인간 노동의 결실임을 드러낸다. 야고보서(1,17)도 같은 뜻을 전하고 있다.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이 예물이 영신적인 음식 즉 성체와 성혈이 되도록 간구한다.

 

사람이 살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빵을 주셨다. 이 빵을 그리스도께서는 신자들로 하여금 현세 생명만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성찬의 전례 중에 사용하셨다. 최후 만찬에서는 누룩 안 든 빵이 사용되었다. 8~9세기까지는 신자들이 가져 온 식용 빵을 사용하였다. 동방 교회는 누룩이 든 빵을 사용하나 서방 교회는 9~11세기부터 누룩 안 든 빵을 사용한다.

 

포도주는 “포도로 빚은 것”(루가 22,18)이며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포도주를 사용한다. 동방 교회는 홍포도주를 사용하지만 서방 교회는 초세기부터 백포도주룰 사용하였다. 이유는 성작 수건을 세탁할 적에 흔적이 적다는 실용성 때문으로 본다. 포도주는 시면 안 되고, 빵은 오래 되어 부패하거나 너무 딱딱하여 깨물기 어려워도 안 된다.

 

 

포도주에 물을 섞음

 

사제가 성작에 포도주를 따른 다음 몇 방울의 물을 섞는다. 이것은 유다인의 관습이었다. 물로 술의 농도를 약화시키려는 것이었다. 중세기에는 여러 가지 상징적 해석을 덧붙였다. 첫째는 창으로 찔린 예수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나왔다(요한 19,34)는 성서의 말씀을 인용하여 여기서 교회와 성사의 시작을 상징하고 있다.

 

둘째는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 상징하며 또한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본성(2베드 1,4)에 참여함을 뜻한다. 셋째는 성작 안의 물이 포도주에서 분리될 수 없듯이 우리도 구세주로부터 떨어져 나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장엄 미사 때에는 사제가 봉헌물과 제대에 분향하고, 부제나 복사가 신자들에게도 향을 드린다. 이것은 예물과 기도가 유향 연기처럼 하느님 어전에 바쳐지는 것을 뜻한다(미사 지침 51항). 다음에 사제는 손을 씻어 더러워진 손만이 아니라 영신적인 정화의 소망을 표시한다. “내 잘못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내 허물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예물 기도

 

미사 통상문에는 ‘봉헌 기도’라 하였으나 준비된 예물과 신자 공동체를 받아들여 달라는 간청이기에 예물 기도가 더 옳은 표현이다. 이 기도는 예물 준비를 마감하면서 성찬 기도로 넘어가기 전에 필요한 은총을 청하는 기도이다. 신자 개개인의 노력과 땅, 결함과 고통, 모든 생활과 소망을 함께 바치는 기도가 되어야 한다. 이 기도는 본기도, 마침 기도와 더불어 세 ‘사회자의 기도’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에 주의 만찬 성목요일(다해) 봉헌 기도를 인용하며 진정한 봉헌에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한다. ‘주여,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여 이 제사를 드릴 때마다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지오니, 우리로 하여금 이 신비로운 제사를 정성되이 거행하게 하소서.”

 

[경향잡지, 1992년 4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천안 봉명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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