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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당 안의 거룩한 장소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13 조회수2,344 추천수0

성당 안의 거룩한 장소들

 

 

성당 자체가 거룩한 곳이라는 뜻인데 그 안에 또 "더" 거룩한 장소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쉽게 알아듣기 위해서 우리 가정 집의 구조를 잠깐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여기 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집을 유심히 살펴보면 거기에도 우리에게 낯익은 곳과 낯설은 곳이 있고, 친근하게 여겨지는 곳과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장소도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안방과 응접실과 변소와 창고 그리고 부엌이 다 같은 감정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방에 있을 때의 포근함을 창고에서도 그대로 느끼기는 힘들겠죠.

 

성당에서의 거룩함은 하느님의 현존과 관계 있다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계신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거룩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공간은 어디를 말할까요?

 

성당은 어떤 곳입니까? 예수님의 십자가 제사를 드리기 위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신도들이 모이는 곳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십자가 제사를 지내는 곳, 곧 성찬례를 거행하는 장소인 제대가 가장 중요하고도 거룩한 장소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신도들이 앉는 좌석 배열은 이 제대를 향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곳, 즉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곳 또한 아주 중요하겠죠. 비록 사람이 성서를 읽고 강론을 하더라도 성서 독서자를 통해서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우리 믿음이 가르칩니다. 이 때문에 4-5세기 이후에 세워진 성당을 보면 독서대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의 형상이나 불꽃 형상이 새겨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박해가 끝난 시기, 즉 4세기 이후에는 교회 예배 장소가 많이 세워졌고, 특히 그리스도 신자가 되는 장소, 즉 세례를 위한 공간인 세례당(영세당)도 많이 세워졌습니다. 이 세례당은 세례를 받는 순간뿐만 아니라 세례 후에도 자신의 세례를 기억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공간이기에 신자들의 마음을 붙잡아 두는 공간이었습니다.

 

성찬례가 베풀어지는 장소(성당)와는 독립된 건물로 지어졌던 세례당은 무척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성당 안 한 부분을 세례를 위한 장소로 할애하기 시작하였으나 요즘 건물에서는 이러한 세례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전례 정신에 맞춰 지은 외국의 새 성당들은 이러한 세례를 위한 공간을 성당 안 한쪽에 따로 마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새 성당을 지을 때 이점을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거룩한 장소는 성체를 모셔 놓은 감실이 있는 공간입니다. 감실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가 있기 마련이므로, 가능하다면 감실이 있는 소경당을 따로 마련하여, 신자들이 성찬례와의 혼동을 피하면서도 성체 앞에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성당 안에도 이렇게 성격이 다른 여러 공간이 있습니다. 우리 신자들은 각 공간이 갖는 의미를 잘 이해하여 좀 더 절도 있고 올바른 예배 자세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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