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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8 조회수1,667 추천수10 반대(0)

서울은 동에서 서로 흐르는 한강이 있습니다. ‘3한강교라는 노래가 있었듯이 예전에는 다리가 3개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20여개 이상의 다리가 있습니다. 한강 북쪽의 사람은 다리를 건너 강남으로 갑니다. 한강 남쪽의 사람도 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갑니다. 명동에서 살던 저는 주로 한남대교를 이용했습니다. 오늘도 서울의 다리는 허리가 되어 경제, 문화, 예술, 사랑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뉴욕도 북에서 남동쪽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이 있습니다. 아직은 이름을 다 모르지만 조지워싱턴, 링컨, 로버트 케네디, 부르클린, 화이트 스톤으로 불리는 다리가 있습니다. 퀸즈에 사는 저는 주로 화이트 스톤 다리와 조지워싱턴 다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뉴욕 시민들이 다리를 건너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 뉴욕의 문화, 경제, 멋과 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꿈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사랑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지친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Bridge of Troubled Water'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라고 번역 되었습니다. 제목에 충실하지는 않지만, 내용에 충실한 번역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이 지치고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 줄게요. 내가 당신편이에요. 세상이 거칠어지고 친구를 찾을 수 없을 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를 뉘어 줄게요. 당신이 우울하고 지쳤을 때, 거리를 헤맬 때, 저녁이 너무 힘겹게 내려올 때 내가 당신을 위로할게요. 내가 당신편이 될게요. 어둠이 오고 고통이 가득찰 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를 뉘어 줄게요. 계속 항해하세요. 은빛 그대여! 당신이 빛날 시간이에요. 당신의 모든 꿈이 다가오고 있어요. 보세요. 어떻게 반짝이는지, 만약 친구가 필요하면 내가 바로 뒤에서 항해할게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 마음을 위로해 줄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원로 사목자인 노 사제께서 후배 사제에게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도 깊이 공감하며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제는 다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교황을 뜻하는 라틴어 폰티펙스(Pontifex)는 다리를 뜻하는 폰스(Pons)와 만들다, 설치하다를 뜻하는 파체레(Facere)로 이루어진 합성어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교황님을 다리를 놓은 분이라 칭했습니다. 사제 역시 다리를 놓는 소명을 지닙니다.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다리, 이웃과 이웃 사이의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사제는 하느님께 백성의 청원기도와 다짐약속을 전달해 드리기도 하고, 또 백성에게는 하느님의 축복과 은혜를 전해 주기도 합니다. 정말 중요한 건 백성의 잘못을 대신하여 하느님께 용서를 청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이 소돔과 고모라 백성을 위해서 신뢰와 놀라운 담대함으로 하느님께 탄원을 드렸듯이, 또 탈출기 32장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 너의 백성을 모세는 하느님께 당신의 백성이라 분명히 고쳐 말씀드리며 탄원했듯이 말입니다. 궁극적으로 사제는 하느님 앞에 설 때 하느님 편에 설 게 아니라 백성의 편에서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사제는 봉헌의 다리, 희생의 다리, 인내의 다리, 용서의 다리, 희망의 다리, 사랑의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다리가 되어 줄 때 시련과 아픔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런 시련과 아픔까지도 감수하는 것이 다리의 삶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다리가 되어주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희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이것이 다리가 되는 삶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말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초는 자신의 것을 다 태워서 빛을 비추어 줍니다. 소금은 모든 것을 주고 녹아야 맛을 냅니다.’ 빛과 소금처럼 모든 것을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이는 십자가의 삶이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라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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