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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빵과 우유, 천국체험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31 조회수2,551 추천수34 반대(0) 신고

6월 1일 주님 승천 대축일-마르코 16장 15-20절

 

"주님이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을 다 하시고 승천하셔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셨다."

 

 

<빵과 우유, 천국체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셔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십니다. 하느님 오른편, 그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 천국이겠지요.

 

예수님께서 승천하셨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이제 우리와 별개의 세상 사람이 된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셨다는 말은 천국의 편안한 안락의자에 최대한 고고한 자세로 앉으셔서 혼자 즐기고 계신다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승천하시기 전보다 더 간절한 눈망울로 우리를 쳐다보십니다. 더 애절한 마음으로 우리 구원을 위해 노심초사하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처럼 우리에게도 "이리 올라 오라"고 쉴새없이 손짓하고 계십니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예수님의 승천은 너무도 황당해 보이는 사건 같습니다. 너무도 엄청나고 우리 사고방식을 초월하는 사건이기에 터무니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승천, 하느님 오른편에 좌정, 천국 체험은 우리 일상의 구체적인 삶 안에서도 가능한 일이고, 특히 우리 수도자나 그리스도인들이 매 순간 각자의 삶 안에서 실현해야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선교사 신부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을 극진히 사랑하셨던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하루는 외출도 못나가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으로 소풍을 가셨습니다.

 

너무도 청빈하게 살아가셨던 할아버지 신부님은 신조가 "절대로 돈주고 사먹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부터 팩으로 된 우유와 빵을 간식으로 챙겨 가셨습니다.

 

공원에 도착해서 잘 놀다가 드디어 간식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중에 큰 아이가 아이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신부님은 기다리다 지친 다른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먹고 있는데, 두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빵은 여분이 있는데, 우유가 더 이상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던 신부님은 "미안하다. 우유가 다 떨어졌구나. 할 수 없지. 빵이라도 하나씩  먹거라."

 

그 순간 아이는 요즘 아이들 말로 꼭지가 돌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 신부님 앞에서 빵을 있는 힘을 다해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 씨! 왜 이렇게 사람 차별하는거야! 나는 저 녀석 찾으러 갔다가 늦게 왔는데...우유도 안주고 이게 뭐야."

 

그 순간 저 같았으면 욱하는 마음에 주먹이라도 날렸을텐데, 할아버지 신부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빵을 주워서 흙을 털고 가방에 도로 집어넣으셨습니다. 아이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놀다가 그냥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밤에 생긴 일입니다. 성당에서 밤기도가 끝난 후에 한 아이가 신부님 사무실을 노크했습니다. 낮에 빵을 땅바닥에 내팽개친 바로 그 아이였습니다. 그럴 아이가 아닌데 너무도 공손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낮에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많이 반성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 순간은 아이와 신부님 둘 다 일종의 진한 천국체험을 하였습니다. 하루가 끝나 가는 밤 시간 조용히 마주 앉아 서로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용서 청하고 다시 한번 화해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하느님 오른편에 앉는 순간입니다.

 

"자녀교육 성공의 비결은 인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승천의 비결, 천국체험의 비결도 인내입니다.

 

아무리 뚜껑이 열려 김이 풀풀 난다하더라도 일단 참는 것이 천국을 사는 첫 번째 비결입니다.

 

아무리 화가 날 일이 있더라도 일단 인내하십시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객관화시키도록 노력해보십시오.

 

"왜 지금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사건의 발단은 무엇인지? 상대방이 혹시 나름대로 말못할 사연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그런 것은 아닌지? 어떤 해결책이 있겠는지?"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논리적, 이성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그 모든 과정의 첫 번째 가는 중요한 노력은 인내입니다.

 

오늘 예수 승천 대축일을 맞아 일상적인 인내와 상호 화해, 매일의 자기 희생과 죽음을 통해 우리도 매일 승천의 기쁨, 하느님 오른편에 좌정하는 영광, 천국을 사는 희망을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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