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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고향으로 출발하는 야곱[18]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6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9 조회수1,276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8. 고향으로 출발하는 야곱

 

야곱은 라반의 아들들이 야곱이 우리 아버지가 가진 재산을 모조리 가로채고, 이제까지 우리 아버지의 것으로 그의 모든 재산을 다 이루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야곱이 라반의 얼굴을 살펴보니,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아예 예전 같지 않았다. 바로 그때 주님께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네 조상들의 땅으로, 네 친족에게 돌아가거라. 내가 언제나 너와 함께 있겠다.”

 

그래서 야곱은 라헬과 레아에게 사람을 보내어, 자기 가축 떼가 있는 들로 불러내고는, 그들에게 이 내용을 소상히 말하였다. “내가 당신네 아버지의 얼굴을 살펴보니, 나를 대하는 것이 정말 예전 같지가 않소. 그러나 내 아버지의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나와 함께 계셔 주셨소. 내가 온 힘을 다하여 당신네 아버지의 모든 일을, 정말 정성을 다해 준 것을 당신들도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런데도 당신네 아버지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를 속이면서, 내 품값을 무려 열 번이나 바꿔 쳤소.”

 

그리고는 잠시 멈추고는 생각에 잠긴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장인어른께서 나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게 하셨소. 장인이 얼룩진 것들이 자네 품삯이네.’ 하면, 양들과 염소들이 모두 얼룩진 새끼들만 낳고, ‘줄쳐진 것들이 자네 품삯이네.’ 하면, 양들과 염소들이 모두 줄쳐진 새끼들만 낳았소.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당신네 아버지의 가축을 거두어 나에게 나누어 주셨소. 더구나 양들과 염소들이 끼리끼리 서로 짝짓기 하는 시기에도, 내가 꿈속에서 눈을 들어 보니, 암컷들과 교미하고 있는 수컷들이 모두 줄쳐진 것, 얼룩진 것, 반점이 있는 것들뿐이었소.”

 

그는 한참이나 말을 멈추고는 또 말을 이었다. “그때 내가 꾼 그 꿈속에서 하느님의 천사가 야곱아!’ 하고 부르시기에, 내가 ,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더니, 그분이 분명히 말씀하시기를 눈을 들어 보아라. 암컷들과 교미하고 있는 수컷들이 모두 줄쳐진 것, 얼룩진 것, 반점이 있는 것뿐이다. 나는 교활한 라반이 너에게 어떻게 하는지를 똑똑히 다 보았다. 나는 네가 브에르 세바를 떠나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기념 기둥에 기름을 붓고 나에게 서원을 한 그 베텔의 하느님이다. 이제 일어나서 이 땅을 떠나 곧장 네 본고장으로 돌아가거라.’ 하셨소.”

 

이렇게 남편의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다 들은 레아와 라헬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아버지의 집에서 우리가 얻을 몫과 유산이 어디 또 있기나 합니까? 우리는 아버지에게 이미 버려진 이방인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버지는 우리를 팔아넘기시고, 우리에게 올 지참금도 벌써 다 써 버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아버지에게서 거두신 재물은 모두 우리와 우리 아들들의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하느님께서 당신께 분부하신 그대로 지체 마시고 다 하십시오.”

 

그리하여 야곱은 그 길로 바로 일어나 자식들과 아내들을 낙타에 나누어 태우고서는, 자기의 모든 가축과 그동안 모은 재산, 곧 파딴 아람에서 모아 자기 소유가 된 가축을 몰고, 가나안 땅에 있는 아버지 이사악에게 돌아가기로 작정하였다. 이는 그가 합법적으로 모은 재산이었다. 이를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 혹시나 해서, 외숙 라반과의 재산 나눔을 아예 미리 확실히 해두었다. 그러기에 그 누구도 야곱이 속임수로 재산을 모았다거나, 라반의 것을 가로챘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침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간 틈을 타서, 라헬은 아버지 집안의 수호신들을 훔쳐 냈다. 왜 그녀가 히브리 말로 터라핌이라고 하는 이 수호신을 아버지 라반 몰래 훔쳤는지는 잘 모른다. 이 수호신은 집 안에 모셔 놓은 우상들로서 그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지만, 다윗의 집에도 모셔 두고 있었단다(1사무 19,13). 성경에서는 라헬이 아버지가 단지 유산 물려주기를 안 했다는 이유에서 그것을 훔치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그리 큰 존경심도 없이 거저 개인 욕심에서 그 우상 같은 것들을 가지려 했을 수도.

 

또 어떤 성경학자는 라헬이 굳이 그 우상 같은 수호신을 남편 야곱 몰래 훔친 것은(31,32), 우상 신의 축복으로 또 다른 아들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만일 그녀가 얼마 전에 야곱이 화를 내며 이야기한, ‘자식 농사는 하느님의 뜻(30,2)’이라는 것을 그대로 믿었다면 아예 그런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나. 아무튼 그녀는 요셉을 낳고 한 말 그대로, ‘나에게 아들 하나를 더 보태 주셨으면!’이라는 속셈을 그리 쉽게 버릴 수는 없었나 보다. 어쩌면 그런 바람은 그 하찮은 수호신보다 하느님께서 더 이루어 주신다는 것을, 라헬이 언제쯤 올바로 깨달을 수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드디어 야곱은 아람 사람 라반을 속여, 달아날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절호의 기회를 잡아 자기의 모든 재산을 거두어 도망쳤다. 그는 길을 떠나 강을 건너 길앗 산악 지방으로 향하였다. 사실 말이 도망이지 엄연히 말해서는, 도망이 아닌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히 따른 것뿐이다. 돌을 베게 삼아 자다가 꿈에서 만난 그 베텔의 하느님께서 이르신, ‘이제 일어나서 이 땅을 곧장 떠나 네 본고장으로 돌아가거라.’(31,13)라는 명령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다.

 

만약에 야곱이 하란을 떠나기 전에 라반을 만나 이를 사실대로 이야기했더라면, 그 오랜 기간 조카를 이용한 그는 쉽게 보낼 리가 만무하였으리라. 그는 야곱에게서 얻는 단맛을 쉽게 버리지를 못했으리라. 그는 지난 이십 년간 무던히도 야곱을 이용했다. 틈만 나거나 낌새를 보이기만 하면, 야곱을 속이면서 품값을 무려 열 번이나 바꿔치기 했다. 그러니 그를 만나봐야 오히려 시간만 끌었을 수도.

 

아무튼 야곱이 하란을 떠난 배경에는 하느님의 심오한 섭리가 있었다. 더 이상 야곱을 하란에 내버려 두었다가는 그곳 사람들과 너무 깊은 관계가 형성되어, 그의 본고장행은 영영 불가능했을 수도. 더군다나 그가 사랑하는 라헬도 우상의 맛을 아직도 버리지 않은 상태임을 고려한다면 지금이 최적기라 여겨지기도.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즈음 해서 그를 하란에서 불러내시는 거다. 야곱이 달아났다는 소식이 사흘 만에 라반에게 전해졌다. [계속]

 

[참조] : 이어서 '19. 라반의 추격‘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수호신,터라핌,본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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