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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5 조회수1,579 추천수12 반대(0)

며칠 전입니다. 한 모임에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92세의 어르신께서 본당 설립 50주년을 준비하는 위원회에 선물을 주셨습니다. 1990년부터 작성한 연도명부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3458명의 고인을 위해서 연도를 하셨다고 합니다. 명부에는 고인의 이름, 세례명, 나이, 장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믿지 않는 고인의 유족들은 고인을 위한 기도를 들으며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나면 연도를 받고 싶어서 개종하신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3458명의 고인은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리라 믿습니다. 어르신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가시면 연도명부를 가지고 가려고 했지만, 본당 설립 50주년을 준비하는 위원회에 선물로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합니다. 교회는 이렇게 숨은 봉사자들이 계시기에 아름다운 겁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 더 하고 싶습니다. 90이 넘으신 어르신께서 고백성사를 원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미국에 오신지 오래되셨지만 영어가 쉽지 않다고 하십니다. 어르신이 사시는 아파트 옆에는 미국 성당이 있어서 그곳으로 미사를 가지만 3년 동안 성사를 못 보셨다고 합니다. 저에게 연락이 되었고, 저는 어르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저는 어르신이 가지고 계신 오래된 가톨릭 기도서를 보았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나고, 당시에 새롭게 개정된 기도서였습니다. 기도서를 열어보니 1968년에 발간되었습니다. 52년 된 기도서입니다. 어르신께서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 기도서를 가지고 오셨다고 합니다. 기도서는 진리가 담긴 보물이라고 하십니다.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면서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낡았다는 이유로 보물을 너무 쉽게 버렸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답다고 합니다. 교회는 이렇게 진리를 보물처럼 소중하게 간직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아름다운 겁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전에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입원을 하신 교우 분을 위해서 봉성체를 하였습니다. 병실에서 기도를 하고 나오는데 복도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는 자매님을 보았습니다. 자매님은 저를 보면서 간절한 모습으로 부탁을 하였습니다. ‘오늘 암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신부님께서 기도를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병원 복도에서 자매님을 위해서 기도를 해 드렸습니다. 자매님의 간절함을 기억합니다. 함께 기도를 하면서 자매님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매님께서 어떻게 되셨는지는 모르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수술이 잘되셨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은 기억입니다. 사제가 된 보람을 느끼던 기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믿는 이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은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기 위한 표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살면서 많은 아픔과 고통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청하는 것입니다. 욥 성인이 그랬던 것처럼 더욱 열심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신앙의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산 이와 죽은 이 모두를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그분께 의지하며 걸어간다면 병이 나았던 여인처럼, 죽음에서 다시 살아났던 소녀처럼 살아서도, 죽어서도 주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탈리타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일어나라는 뜻입니다. 무엇으로부터 일어나야할까요? 재물, 명예, 권력의 유혹으로부터 일어나라는 뜻입니다. 욕망, 욕심, 시기로부터 일어나라는 뜻입니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착각으로부터 일어나라는 뜻입니다.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그러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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