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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차라리 세례를 받지 않았더라면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10-22 조회수2,230 추천수33 반대(0) 신고

10월 23일 연중 제29주간 목요일-루가 12장 49-53절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온 줄로 아느냐? 아니다.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차라리 세례를 받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예비자들을 대상으로 "그리스도 신자가 되려는 동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여러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통해서 불안하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완벽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복음적인 가치관과 세상의 가치관 그 사이 선택의 기로에서 늘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이 솔직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때로 편법과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양심을 따르고 정도(正道)를 걸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하려다보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벌써 주말마다 갈등 상황 앞에 놓이게 됩니다. 남들은 단풍놀이다 가을낚시다 아무런 부담 없이 신이 나서 떠나는데, 신자가 된 후로 꼭 주일미사가 마음에 걸립니다. 남들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잘도 승진하고 잘도 임용되는데, FM대로 살려다보니 평생 말단이요, 응시하는 족족 낙방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 하소연까지 하십니다. "차라리 세례를 받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하소연입니다. 결국 그리스도 신자가 됨으로 인해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손해본다는 느낌"입니다.

 

교회에서 자주 강조하는 말은 어떤 말입니다. "먼저 용서하라", "네가 좀 참아라", "크게 양보하라",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가 희생해야 한다" 등등 늘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라는 말입니다.

 

결국 예수님을 선택함으로 인해 우리가 얻게되는 기쁨이나 행복도 큰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스트레스 역시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 진정한 회개, 하느님과의 합일, 부활 예수님에 대한 확실한 체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신앙여정은 고되고 험난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 삶으로 인해 우리가 누렸던 기쁨은 얼마나 충만한 것이었습니까?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을 알게됨으로 인한 우리의 행복은 또 얼마나 큰 것이었습니까?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십자가 역시 기꺼이 져야겠습니다. 하느님을 선택함으로 인한 슬픔이나 고통 역시 그분께서 주시는 선물이기에 기꺼이 수용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처럼 예수님은 이 세상에 우리 마음 안에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을 태워버리는 불, 극단적인 이기심을 살라버리는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결국 예수님은 삼라만상을 당신의 사랑으로 채우시려는 열정의 불, 세상 모든 사람을 당신의 자녀로 거듭나게 하시려는 강한 의지의 불을 지르러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그 예수님의 불이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서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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