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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향가는 차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05 조회수2,437 추천수33 반대(0) 신고

1월 6일 주님 공현 후 화요일-마르코 6장 34-44절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고향 가는 차비>

 

오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복음 말씀을 묵상하다가 언젠가 찾아온 한 형제 생각이 났습니다.

 

본당으로도 많이 찾아가지만 수도원으로도 종종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찾아오지요.

 

보통 자신이 현재 처한 난감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마지막으로 하시는 말씀들은 "고향으로 내려가는 차비만 좀 해 달라"는 말씀이지요.

 

그럴 때 "고생 이제 그만 하시고 정말로 고향 내려가셔서 편히 사시면 좋겠다" 마음이 들어 직접 영등포역까지 함께 가서 표까지 끊어 기차를 태워드리곤 합니다.

 

그런데 그때 오신 분은 요구하는 액수가 벌써 달랐습니다. "포장마차라도 한번 해보려는데,  단 한 푼이라도 가진 종자돈이 있어야 리어카를 사든지 안주를 사든지 뭘 해보지요" 하시면서 "큰 걸로 한 장만 어떻게 안 되겠냐"고 자꾸 졸라대셔서 말리느라 혼났습니다.

 

사실 그분 표현대로 "맨땅에 헤딩하기"는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한 바닥에서 다시 일어서기란 정말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 작은 사업이라도 다시 한번 시작해보려면 어느 정도 가진 돈이-종자돈-있어야 뭐든 해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됩니다.

 

기적을 일구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하느님의 역사하심, 함께하심, 도우심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종자돈-인간 측에서의 성의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인간 스스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아무런 열의나 간절한 마음도 없이 그저 모든 것을 하느님께만 맡겨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는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빵이 몇 개나 되는지 가서 알아보아라."

 

제자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수소문한 끝에 겨우 손때 묻은 빵 다섯 개와 말라비틀어진 물고기 다섯 마리를 찾아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보잘 것 없는 음식을 종자돈 삼아 큰 기적을 이루어내십니다. "모두 배불리 먹고 남은 빵과 물고기를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으며 먹은 사람은 남자만도 오천 명이나 되었다"고 마르코 복음사가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 기적 역시 한 소년의 작은 나눔에서 출발된 것입니다.

 

이 어려운 시절의 슬기로운 극복 역시 그 누군가의, 아니 바로 우리 자신부터의 작은 나눔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시작될 것입니다.

 

한 사람이 크게 한번 마음먹고, 크게 한번 희생해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 놓을 때 이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 역시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펴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 시대 또 다른 기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관대한 마음, 이웃의 고통에 기꺼이 동참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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