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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은 어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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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05 조회수941 추천수0
주님 공현 대축일은 어떤 날?

예수님께서 모든 민족들의 구세주이심 널리 드러내


미국 뉴욕 링컨의 성 후고성당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서 동방박사 분장을 한 신자들. CNS 자료사진.


해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이 돌아오면 성탄 구유에 동방박사들의 형상을 추가한다. 아기 예수와 그를 보호하고 있는 마리아와 요셉 곁에 동방박사들이 들어가면서 구유는 완성되고, 그리스도의 빛이 온 세상에 비춰짐이 드러난다.

이처럼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를 찾고 경배 드린 것을 경축하는 날이다. 아울러 이방 민족을 대표하는 동방박사들의 방문으로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의 빛으로 계시됐음을 나타낸다.


기원과 유래

주님 공현 대축일의 기원은 오래 전 동방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방교회에서는 1월 6일에 예수의 탄생과 공현을 함께 기념함으로써 그리스도가 참 빛임을 드러냈다.

2세기 초에는 동방 지역의 영지주의(靈智主義, Gnosticism)자들이 예수가 세례를 받는 순간 하느님의 아들로 입양됐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1월 6일에 예수의 세례를 기념했다. 하지만 이는 예수가 인간으로 태어나기 이전부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정통 신앙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동방교회는 이들 이단에 맞서 같은 날 예수의 세례를 기념하며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심이 드러났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동방교회는 공현 축일에 예수의 세례도 함께 기념하고 있다.

서방교회가 주님 공현을 기념한 것은 4세기부터이며 동방교회의 공현 축일이 서방교회로 전파되면서 의미가 변화됐다. 오늘날과 같이 동방박사들이 구세주를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온 것을 기념한 것이다. 곧 그리스도로 오신 예수의 탄생에 ‘이방 민족들 모두에게 드러내 보이셨다’(공현·Epiphania·公現)는 의미가 강조됐다. 여기에 ‘예수의 세례’와 ‘카나의 첫 기적’을 덧붙여 기념했다. 1960년에 이르러, 부활 시기가 ‘성령 강림 대축일’로 완성되는 것과 같이 ‘주님 세례 축일’을 성탄 시기의 성령강림이라는 차원에서 따로 설정해 지내도록 했다. 곧 공현 축일과 세례 축일이 분리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님 공현 대축일은 1월 6일에 기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교우가 이날을 경축하도록 1월 1일 다음에 오는 주일에 지낸다.


전례

이날 전례 역시 그리스도께서 이방인의 빛으로 널리 계시됐다는 주제를 갖는다.

제1독서(이사 60,1-6)는 모든 백성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는 희망을 예견한 이사야서를 봉독한다. 시간 전례에서도 같은 내용을 읽고 복음에서도 반복하며 이스라엘을 넘어 구원에 대한 약속을 확인한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마태 2,6)

같은 맥락에서 제2독서를 통해 사도 바오로는 자신을 비롯한 이방인들도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약속의 상속자가 됨을 밝힌다.

“그 신비가 과거의 모든 세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그분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5-6)

즉 구약의 독서를 통해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불러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지만, 신약에 와서 유다인들에게 약속된 복음 선포가 이방인들에게도 전파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곧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베들레헴의 별빛은 그리스도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갖가지 어둠 속에서 구원을 염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빛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이방인들의 대표, 동방박사

하느님은 세상의 많은 백성 가운데 이스라엘의 구원자라는 선민(選民)사상이 지배적이었던 교회의 구원관은 동방박사의 방문으로 인해 이방 민족들의 구원에까지 확장됐다. 그리스도의 빛이 온 세상에 비춰지게 되는 것이다.

동방박사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마태오 복음서에 따르면, 동방박사들을 ‘마고이’(magoi, 단수 마고스(magos)의 복수)라고 표현한다. 현자 또는 꿈의 해석자라는 뜻인 이 용어는 후에 점술이나 마술 등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일반화됐다. 예수 활동 당시에는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과 사기꾼 마술가로 구분됐는데, 마태오 복음사가는 천문학적 지식을 지니고 있던 이들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사용했다.

한편, 서방교회의 첫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는 ‘마고스’를 왕이라 설명했고, 6세기 유럽에서는 이런 전통을 계승하고 보완해 ‘마고스’를 왕으로 추대했다. 이후 발타사르, 멜키오르, 가스발이라는 삼왕의 이름까지 붙여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복음에서는 이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고 전한다. 동방박사를 다룬 많은 작품들에서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마태오 복음서에는 숫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지만 3세기 교부 오리게네스가 아기 예수에게 황금과 유향, 몰약 세 가지 예물을 드렸다는 기록에 준해서 이들의 숫자를 셋이라고 간주했다.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 ‘3’은 이들 동방박사가 전체 인류를 대표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동방박사의 예물봉헌은 임금께 드리는 경의의 표현이며, 이들이 가져 온 선물은 그리스도 신비의 세 가지 요소를 가리킨다. 황금은 만왕의 왕인 예수의 왕권을, 유향은 대사제로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몰약은 장례예식에 쓴 약물로 예수 수난의 신비를 의미한다. 세 가지 봉헌물은 당시 이방인들이 태양신에게 바치는 예물이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을 비추는 참된 빛이 떠오른 것’이라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빛을 따라서

구세주 탄생을 알아보고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박사들의 모습은 큰 의미를 지닌다.

“동방박사들은 계속해서 하늘을 관찰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리스도에게 줄 선물을 갖고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도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위험에 대한 공포와 자기만족, 인생에서 무엇인가 더 찾지 않으려는 나태함을 이겨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서 한 강론 내용이다. 교황은 2019년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도 “예수님을 찾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여정을 시작해야 하며 선택의 길, 그분의 길, 겸손한 사랑의 길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그분의 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여정 안에서 가난한 베들레헴의 빛나는 별을 찾아 떠날 용기를 지녀야함을 시사한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마태 2,11-12)

[가톨릭신문, 2020년 1월 5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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