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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사해서 냉장고에 붙여놓을 말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9-17 조회수2,755 추천수32 반대(0) 신고

9월 18일 연중 제24주간 수요일-고린토 1서 12장 31절-13장 13절

 

"사랑은 성을 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을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복사해서 냉장고에 붙여놓을 말씀>

 

오늘 저녁 식사 후에는 아이들과 편을 갈라 재미있게 축구시합을 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 축구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요즘 저희 수도원 식구들은 완전히 아이들의 밥이랍니다.

 

수도원 축구팀 이미지를 완전히 구겨놓은 아이들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슬슬 우리를 놀리기까지 합니다. 전에는 공만 잡았다하면 "내가 꼭 골을 넣어야겠다"며 개인플레이를 하던 아이들이 요즘은 패스에 맛을 들여서 우리를 완전히 갖고 놉니다.

 

오랜만에 제 앞으로 공이 굴러오길래 "이게 왠떡이냐"며 마음놓고 똥볼이라도 한번 차려는데, 언제 달려왔는지 비호처럼 달려와 공을 낚아채 가는 아이가 얄밉기도 했지만, 지난 아픔들을 모두 잊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는 아이가 그렇게 대견해 보일 수 없었습니다.  

 

저희 아이들! 정말 보면 볼수록, 사귀면 사귈수록 정이 가며,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이들이 너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아이들의 노래 소리는 제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제게 있어, 그리고 우리 살레시오 회원들에게 있어 아이들이란 넘치는 사랑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른 후에야 겨우 마주설 수 있는 연인입니다. 제게 있어 아이들이란 그 자체로 기쁨이며, 삶의 의미입니다.

 

오늘 제 1독서는 그 유명한 바오로 사도의 사랑에 관한 설교입니다. 언제 펼쳐도 이 대목은 무궁무진한 묵상거리를 제공합니다.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이 참 사랑인지? 가장 잘 설명하는 대목이기에 우리가 늘 마음에 새기고 살 말씀, 타이프 쳐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매일 쳐다 보아야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한 사랑이란 많은 것을 행하는 것이기보다 서로간의 약점과 결함을 참아주는 것입니다. 진실한 사랑은 한 순간 확 불타오르다 한 순간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이기보다 시간과 더불어 쌓아 가는 하나의 성채 같은 것입니다. 혹은 멀리 두고두고 흘러 가야하는 강물 같은 것입니다.

 

진실한 사랑이란 일상 속에서 희생을 수반합니다. 희생이 바탕이 되지 않은 사랑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진실한 사랑이란 우선 이웃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웃을 사랑한다고 입으로 말하면서도 이웃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된 사랑입니다. 이웃과 더불어 하찮아 보이는 놀이에 함께 하는 시간,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웃의 이야기나 농담에 귀를 귀기울이는 시간이 무가치해 보이는 시간처럼 보일지라도 그 시간은 가장 구체적으로 사랑이 표현되는 순간입니다.

 

이번 추석, 어차피 집에 못 가는 아이들이 대다수인데, 명절에 서울에서 우두커니 앉아있으면 많이 서글플 것 같아서, 내일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로 떠납니다. 오랜만에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보다 강도 높은 부자지간의 정을 쌓으려고 합니다. 같이 낚싯대를 드리우면서, 같이 조개를 주우면서, 같이 백사장에서 축구 한판 붙으면서 말입니다.

 

오랜만에 재회하는 가족들과 함께 기쁜 명절 되시길 빕니다. 가끔씩은 아직도 수해로 고통받고 있는 수재민들도 기억하시면서...건강하고 좋은 명절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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