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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59 -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 (주펀/대만)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30 조회수8,019 추천수0 반대(0) 신고

 

주펀은 한국에서 지우펀이라고도 불리며 타이페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으로

 

1920~30년대에 금광채굴로 번영하였던 도시였으나 폐광 이후로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름 꽤 높은 산중턱에 위치 한곳이라

 

광산 말고는 딱히 다른 경제 활동을 할 만하지가 않은데다가 교통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버려지다 보니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영화의 촬영장소로 쓰여지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발전하면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진한 주펀의 모습은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것이다.

 

주펀은 유명도에 비하면 정말 작은 마을이다,

 

관광객들이 많은 가는 곳은 산중턱의 가로 형태로 뻗은 골목 하나

 

그리고 그 골목과 이어져 있는 세로형태로 뻗은 긴 계단의 골목 하나가 전부 다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이다.

 

물론 사이 사이 다른 골목들도 있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쇼핑을 한다 해도 반나절이면 충분하고

 

타이페이에서도 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일 일정으로 찾는 곳이다.

 

나는 이미 한번 다녀간 적이 있지만 그때는 낮에 왔었기에

 

이번에는 주펀 명물중의 하나인 홍등이 켜진 밤 풍경을 보기 위해서 왔고 그래서 일박을 계획했다.

 

 

 

 

 

 

 

마을을 다니면서 민박이라고 간판을 달아 놓은 집들 중에 만만한 곳을 골라 들어가니 나쁘지 않았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숙소에 관대한 편으로 주로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숙소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인터넷 검색이나 잠자는 것 밖에 없으니

 

조금 좁거나 불편해도 깨끗하고 냄새만 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에는 하룻밤만 지내면 되기에 더더욱 까다로울 필요가 없고

 

다른 곳을 들러 보기도 귀찮아 바로 정하고 짐을 푼 뒤에 거리로 나왔다,

 

 

 

주펀을 구경할 때 이정표 역할을 하는 것은 버스 정류장에서 보이는 편의점점으로

 

바로 옆에 메인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기 때문이다.

 

들어가면 좌우로 수많은 상점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어 주위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비를 피하기 맞은편 지붕들이 연결되어 있어 하늘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두컴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상점 마다 환하게 조명들을 밝혀 놓았고 오고 가는 사람들에 상점앞에서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서

 

좁은 골목 안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과장이 아니라 지우펀이 아니라 지옥펀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상점들 중에는 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물건이나 먹거리들을 파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대만 특산품이고 어떤 곳들은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대만에서도 유명한 곳들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이야 어떤 상점이 현지에서 유명한지 잘 모르고 

 

혹시 안다고 해도 취향이나 식성이 다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풍경, 다른 물건, 다른 먹거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또 그런 맛에 여행을 다니기도 하는 것이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려 본다.

 

골목이 끝나면 발아래 펼쳐지는 해안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고

 

식당이나 카페 중에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있으니 쉴 겸해서 풍경을 바라보며 차나 간단한 음식을 먹어도 좋다.

 

이미 한번 와 본 곳이지만 시간도 많고 그리 넓지 않은 곳이라 마을 구석 구석까지 돌아다니고

 

저녁식사 대신으로 이것 저것 길거리 음식을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와 날이 어두워 지기를 기다렸다 거리로 나섰다.

 

 

 

 

 

 

 

워낙 홍등으로 유명한 곳이라 골목마다 마치 가로등처럼 홍등이 줄지어 달려있고

 

많은 상점들이 그것과는 별도로 따로 홍등을 달아 놓았는데

 

거기에 불이 들어 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큰 기대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홍등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홍등이 켜져 있는 거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골목에는 수 많은 홍등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에 불이 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가로 골목으로 가로등 처럼 줄줄이 달려있는 홍등은 전혀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것이

 

실망감에 살짝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그뿐만이 아니라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사람들도 많이 빠져 나가고

 

상점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는 것이 홍등이 켜진 풍경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홍등이 켜진 풍경을 담고 있는 홍보용 책자나 엽서의 사진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일년에 몇 번 이벤트 성으로 불을 켜는 것인가? 나는 별 의미 없이 일박을 하게 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골목을 돌아 다니는데 다행히 세로 골목으로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그렇지 않아도 좁고 가파른 골목이 구경하는 사람들과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 인다.

 

특히나 주펀의 랜드마크로 알려진 유명한 찻집 처마에 달려 있는 홍등에 불이 들어와 있다

 

이 찻집은 한 동안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고 나 또한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센과 히찌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나중에 감독이 직접 아니라고 말했다).

 

이후에 한국에서 오는 지인과 주펀을 방문하게 되면 항상 들리는 곳으로

 

찻집 자체가 유명하기도 하지만 창가에 앉게 되면 그림 같은 해안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의 단 하나의 메뉴인  대만 차를 주문하면 제대로 된 다기茶器세트에 차를 내오면서

 

사용하는 방법, 차를 우리는 방법, 마시는 방법까지 차근 차근 설명해주기 때문에

 

지금 대만에 와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 찻집은 낮에 보는 것보다 처마 끝으로 줄줄이 매달려있는 홍등에 불이 들어오는 밤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아니나 다를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리고 그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더 더욱 많은 사람들로 주변이 상당히 혼잡하다.

 

이곳 홍등의 시작은 금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점과 홍등가에서 유래된 것으로

 

폐광과 함께 주점과 홍등가는 사라졌지만

 

홍등은 지금까지 남아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니

 

그 용도는 달라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샘이다.

 

비록 기대했던 것처럼 주펀의 모든 홍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홍등이 켜진 건물과 가파른 계단의 풍경은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하루가 지나고 아침 식사를 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대부분의 중화 문화권이 그렇듯 대만도 외식문화가 상당히 발달한 곳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자주 외식을 하고 평일 아침식사도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취를 하거나 바쁜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도 등교길에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학교 근처나 사무실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편의점은 물론이고 간단한 아침메뉴를 파는 곳들이 많고

 

일반적인 거주 지역에도 오전에만 영업을 하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그런 가게들을 보면 노점도 아닌데 오전에만 영업해서 과연 입대료 감당이 될까?하는 오지랍을 하게 된다)

 

어학원을 다닐 때 담당했던 선생님이 몇 달간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한적이 있었는데

 

가장 불편했었던 것 중의 하나가 아침식사해결이었다고 했다,

 

그때만하더라도 편의점에 지금처럼 간단하게 식사 할만 먹거리들이 다양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한국 사람들 대부분 집에서 아침을 해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엄마(아내)들이 식구들을 위해서 매일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나와 한국 학생들은 그것이 한국의 문화이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엄마(아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특히 전업주부의 경우 아침식사를 준비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아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설명을 하니

 

대만 선생님뿐만이 아니라 외국 학생들, 특히 일본 학생들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면 되지 굳이 엄마(아내)를 고생시키냐며

 

직장 출근도 하지 않는 사람이 단지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을 그들이 이기적이라고 하니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서로의 문화가 다르고 현실적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일본이나 대만처럼 많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니

 

이기적이라는 말까지 듣는 것이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당연함속에는 감사함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아내)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낳아 놓은(?) 부모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식주를 책임져 줘야 하고,

 

의식주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 당연히 복종해야 한다면 감사할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봉사 활동도 아니고 급여를 받고 하는 것이니

 

소방관도, 경찰도, 군인도, 버스 기사도, 택배 기사도 일하는 것이 모두 당연한 것이다,

 

서로에 대한 당연함만 있고 감사함이 없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존중 받을 수 없으며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되는 것이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도 당연함만 있고 감사함이 없기 때문이지 싶다.

 

감사해야 할 상황이나 사람에게 감사하는 것은 그야말로 당연한 것이고

 

당연하지만 감사할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사람의 품격이며 나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리라.

 

 

 

거리로 나오니 그 많은 상점 중 문을 연 곳이 하나도 없다,

 

대부분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상점들이라 이른 시간에 모두 문을 열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현지인들이 살고 있고 또 워낙 먹거리 파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몇 곳을 문을 열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긴 골목을 끝에서 끝까지 걸어봤지만 내가 못 찾은 것인지 문을 연 곳이 단 하나도 없다,

 

어쩌다 한두 명씩 지나가는 골목은 사람들로 붐비던 어제의 풍경과는 너무도 달랐다,

 

비록 아침이지만 좌우로 꽉 메운 상점들과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들을 이어 놓아서

 

아침 햇살이 골목 안으로 들어오지를 못한다,

 

그나마 상점들이 문을 열었을 때는 켜놓은 조명과 북적 이는 사람들 때문에 몰랐었는데

 

셔터들이 내려진 어두운 골목에 낮선 적막감 마져 느껴진다.

 

결국 입국에 있는 편의점에서 즉석 식품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근사하고 특별한 메뉴를 생각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와서 전국 어디에나 있는 편의점에서 즉석 식품으로 아침을 해결하니 뭔가 허탈한 느낌이 든다.

 

생각해 보면 유럽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그 때는 그랬다.

 

 

 

짐을 꾸려 집을 나서니 그제서야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하고 부지런한 관광객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모두가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때 나는 이곳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떠나는 중이니

 

그들의 시작과 나의 끝이 서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끝이 아닌 것이 주펀의 일정이 끝나는 순간 다음 목적지인 핑시선平溪의 일정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퀴즈가 있다,

 

한 트럭이 터널을 들어가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들어가지를 못한다, 왜 일까?

 

힌트를 주자면 이론적으로 '정확히 중간지점부터'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다.

 

답은 중간지점을 통과하면 더 이상 터널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터널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도 늘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이든 긍정적인 상황이든,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무엇인가 끝나는 순간 또 다른 무언가가 새롭게 시작된다.

 

심지어 죽음도 끝이 아닌 것이 이 세상에서의 삶의 끝나는 순간 새로운 삶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여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만큼 깊은 절망도 결코 끝이 아닌 것이다.

 

밤의 끝은 언제나 아침의 시작과 맞닿아 있고

 

절망의 끝은 언제나 희망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 매월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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