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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시간 많아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0-20 조회수2,825 추천수32 반대(0) 신고

연중 제29주간 월요일-루가 12장 13-21절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시간 많아요>

 

병자성사를 다니다보면 언제나 진하게 다가오는 성서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그 구절은 바로 "헛되고도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는 욥의 고백입니다. 특히 헛된 많은 것들 중에 가장 헛된 것들은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는 재물, 명예, 지위 같은 육적인 것들입니다.

 

그토록 밤잠 안자고 모아왔던 전 재산, 먹을 것 안 먹고 아끼고 아껴서 모아왔던 그 피 같은 돈들, 평생 "짠돌이"란 별명을 들어가며 모아왔던 그 아까운 돈들을 고스란히 "죽 쒀서 개주는" 광경을 저는 너무도 자주 봐왔습니다. 그토록 양보하기 힘들었던 우리 삶의 많은 영역들도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을 몇몇 사람들의 임종 앞에서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육적인 그 모든 것들보다 영혼의 중요성, 영혼의 우위성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결국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영혼을 위해 바치는 노력입니다. 그런데 영혼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인간을 위해서 시간을 낸다는 것입니다. 또 인간을 위해서 시간을 낸다는 것은 바쁜 척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을 위한다는 것은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한 인간 앞에 기꺼이 마주 앉는다는 것입니다. 조용히 마주 앉아 그의 슬픈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한다는 것입니다. 가련한 한 인간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결국 한 인간을 깊이깊이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불행하게도 이 시대 바쁘다는 것, 활동적이고 늘 무언가 하고있다는 것은 거의 우리 생활의 본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해야할 일이 없을 때 우리는 불안해집니다. 오늘은 물론이고 내일, 내주, 내년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때 우리는 왠지 두려움을 지니게 됩니다. 정신없이 바쁜 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한가한 것을 저주로 생각합니다.

 

전화통화의 첫머리는 언제나 "바쁘시죠?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만 잠깐 통화할 수 있을까요?" 등으로 시작됩니다. 만일 우리가 "아니, 바쁘지 않아. 특별한 일없어"라고 대답하면 별 볼 일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맙니다.

 

결국 우리가 극복해야될 제 1차적인 과제는 "일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영혼, 한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도움이 필요한 한 인간의 요청을 절대로 물리치지 않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웃이 찾아올 때면 즉시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그 이웃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형제, 한 이웃, 한 영혼을 위해서 기울인 노력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사라질지라도 단 한가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한 형제에게 기울인 정성과 환대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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