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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처럼 구름처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1-06 조회수2,482 추천수32 반대(0) 신고

10월 7일 연중 제31주간 목요일-필립비 3장 3-8절

 

"나에게 유익했던 이런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장해물로 여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장해물로 생각됩니다."

 

 

<산처럼 구름처럼>

 

언제였던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밑줄까지 쳐가면서 열심히 읽던 한권의 책 사이에서 발견한 글귀들입니다.

 

"뜬구름과 같은 명예를 구하고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승려는 <승복만 몸에 걸친> 도둑과 다름없습니다." "이름과 재물만을 따르는 수행자는 초의를 걸친 야인만도 못합니다." "어찌하여 도둑들이 나의 옷을 빌려 입고 부처를 팔아 온갖 나쁜 업을 짓고 있느냐?"

 

위와 같은 서산대사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분께서 수행자로서 얼마나 진지하고 철저하게 수도생활에 전념하셨는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분께서 얼마나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입으로만, 머리로만 글과 생각으로만, 자주 부르는 성가로만 그리스도를 선택한 지난 삶을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 수는 없네 이 세상 부귀영화와 권세도..." "내 한평생을 예수님 안에...그분만을 따릅니다" 등등의 성가를 분위기 잡고 감정까지 멋지게 넣어가며 크게 부르던 지난날이 부끄럽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말 잘 살지 않는다면 서산대사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리스도를 팔아먹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첫 자리를 그리스도에게 내어드리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그리스도 그분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리 신앙은 너무도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변질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면 따를수록 그리스도 외의 부차적인 것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포기가 요청됩니다. 우리가 진실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수행자라면 세상과 그리스도를 양쪽에 두고 저울질해서는 안되겠지요.

 

진정한 신앙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그리스도에게로의 투신이자 세상에로의 투신입니다.

 

진정한 신앙은 획득이나 축척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버림과 포기와 이탈에 참된 의의가 있습니다.

 

진정한 신앙은 습관화되어 편리해진 틀로부터의 지속적인 결별이 요청됩니다. 끊임없이 떨치고 홀로 걸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참된 신앙인은 무심한 나그네와도 같습니다. 때로 산처럼 말이 없고 때로 구름처럼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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