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1-13 조회수2,070 추천수12 반대(0)

작년 겨울에는 몰랐는데 올 겨울에는 뉴욕의 눈을 경험했습니다. 밤새 내린 눈이 무릎까지 닿았습니다. 세상이 온통 하얀 겨울왕국이 되었습니다. 눈을 밟고 성당에 가서 교우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2시간 정도 눈을 치우니 겨우 빠져 나갈 길을 생겼습니다. 다들 익숙한 방법으로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성당은 눈 치우는 기계가 넓은 주차장을 치웠습니다. 눈 치우는 삽을 들고 집 앞의 눈을 치워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넓은 길은 시에서 눈을 치워서 인지 다니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얗게 변한 세상처럼 코로나19로 인한 근심과 걱정도 모두 깨끗하게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얗게 변한 세상처럼 갈등과 분쟁도 모두 사라지고 기쁨과 평화가 오면 좋겠습니다.

 

눈을 보면서 예전에 읽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하였습니다.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길이 지저분해져요. 옷이 더러워져요. 차가 지나가면 물이 튀겨요.’ 눈이 녹은 것에 대한 부정적인 대답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봄이 와요.’ 아이는 눈이 녹는 현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이 녹으면서 계절이 바뀐다는 시간의 흐름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봐라는 남편의 대답은 정답이지만 아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아내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현상에 머물 때가 많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배려하는 것이 정답인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의 화답송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라는 현상에 머물렀습니다. 이집트에서의 노예생활을 잊어버렸습니다. 홍해 바다를 건넜던 놀라운 기적을 잊어버렸습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신 하느님의 자비를 잊어버렸습니다. 광야라는 현상에 머물면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잊어버렸습니다. 광야는 거칠고 황량한 땅입니다. 마실 물도 귀하고 밤에는 추운 곳입니다. 그러나 광야는 나쁜 관습을 버리는 정화의 땅입니다. 광야는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 거룩한 땅입니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오듯이, 광야를 거쳐야 약속의 땅으로 갈 수 있습니다. 불평과 원망의 마음으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감사와 찬미의 마음이 있으면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버림받는 죄인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육체가 병들어가면서 절망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도 헤어져서 외롭게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나병환자는 바람결에 주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화와 기쁨을 주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치고 병든 몸을 이끌고 예수님께 다가와서 간절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깨끗하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 나병환자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식에서 세상을 구원하시는 구세주를 보았습니다. 육체의 병이 치유되는 것을 넘어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구세주를 보았습니다.

 

나병환자가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보았다면 우리도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는 믿지 않는 악한 마음을 품고서 살아 계신 하느님을 저버리는 사람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 우리는 그리스도의 동료가 된 사람들입니다. 처음의 결심을 끝까지 굳건히 지니는 한 그렇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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