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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인 미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1-05 조회수2,630 추천수32 반대(0) 신고

1월 6일 주님 공현 후 월요일-요한 1서 3장 22절-4장 6절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무엇을 구하든지 하느님께로부터 다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인 미소>

 

오늘 오후 오랜만에 TV 앞에 앉았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TV 알레르기 증세인지 몰라도 저는 5분을 견디기가 힘듭니다. 아무리 흥미진진한 드라마, 아무리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라 할지라도 제게는 상관이 없지요. 5분내에 그냥 잠이 들어버립니다.

 

오늘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정신없이 졸고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슬쩍 바라다본 TV 화면에는 한 장애인의 삶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완전히 잠이 달아날 정도로 감명 깊은 내용이었습니다.

 

두 팔이 완전히 없는 장애인 청년이었는데, 중증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얼마나 맑고 천진난만하고 건강한 얼굴인지 깜짝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그 청년의 미소가 얼마나 찬란하던지 사람들은 "살인미소"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청년의 의지력이었습니다. 두 팔이 없는 자신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두 발뿐이란 것을 알아차린 청년은 그 순간부터 처절하고도 지루한 "발과의 전쟁"을 시작합니다. 두 발에 모든 것을 겁니다. 두 발을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고 두발에 목숨을 겁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장래 희망인 청년은 셀 수도 없이 컴퓨터 분해조립연습을 되풀이했습니다. 순전히 발로 말입니다. 수 만 번에 걸친 연습 끝에 이젠 분해조립하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한쪽 발로 나사를 잡고 다른 한쪽 발로 드라이버를 돌리는 동작이 마치 손으로 하는 것처럼 능숙했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밥상 앞에 앉은 청년의 모습이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해 보였지만, 이젠 아주 능숙하게 밥숟가락을 사용하며, 멀리 있는 반찬까지도 별 어려움 없이 집어오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청년의 삶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꿈에 그리던 소망이 이루어졌습니다. 취직이 된 것입니다. 컴퓨터 디자이너로 말입니다. 자신이 멋있게 디자인한 학교 팜플렛을 자랑스럽게 펼쳐 보이는 청년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 서두에서 요한 사도는 이렇게 외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무엇을 구하든지 하느님께로부터 다 받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후한 분이십니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흘러 넘치도록 은총을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청하는 것의 몇 백 배 몇 천 배의 것을 주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지난 삶을 조금만 돌아보면 즉시 알 수 있지요.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이 얼마나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에게 없는 것,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보니 자신에게 부여된 모든 것을 소중히 여깁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재능이라도 최대한 발휘되도록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마치 오늘 소개해드린 두 발로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낸 청년처럼 말입니다.

 

하느님 앞에 실현 불가능한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을 신뢰한다면, 그분의 자비를 믿는다면, 그리고 거기에 우리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하느님 앞에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특별히 우리가 청하는 것이 이웃의 선익을 위한 것이라면, 세상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것이라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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