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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런 특별한 평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19 조회수2,871 추천수32 반대(0) 신고

5월 20일 부활 제5주간 화요일-요한 14장 27-31절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라."

 

 

<이런 특별한 평화>

 

오늘은 수도원에서 월례미사가 있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바로 가시는 모습이 별로인 것 같아서 저희는 간단한 차와 약간의 다과를 잔디밭에 준비합니다.

 

저도 할머니들 틈에 끼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조금은 독특한 세분의 자매님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마치 두 명의 형사가 체포한 범인을 양쪽에서 붙잡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차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가운데 계신 자매님을 향해서 제가 "어디 많이 불편하신가봐요?" 하고 물었더니 "실은 앞이 잘 안보여요. 제 작년에 실명을 했지요..."

 

갑작스럽게 직면하게된 난감한 상황을 수습하기가 힘들어 어리버리해있던 제 입에서 엉겁결에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럼 품질은 안 좋지만 제 눈이라도 하나 이식해드릴까요?"

 

그러자 자매님은 "사실 우리 바깥양반도 내가 실명하고 나서 나 몰래 담당의사한테 갔었데요. 자기 눈 하나 없어도 좋으니 제발 좀 이식 좀 해주라고 떼를 썼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신부님 그거 아시유? 지가 시력은 잃었지만 더 많은 것을 얻었당게유."

 

"도대체 뭘 얻으셨는데요?"

 

"비록 앞은 안보이지만 아직 귀는 멀쩡하잖유. 그래서 이렇게 미사 와서 신부님 강론도 듣고...집에서는 매일 평화방송에 채널을 고정시켜놓고 하루 종일 말씸 안에서 살당게유."

 

그러고 나서 가만히 그 자매님의 얼굴을 보니 비록 앞이 안보여 무척 불편하실텐데, 얼굴은 얼마나 평화로운지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종일관 싱글벙글하셨습니다. 양쪽에 서 계셨던 두 자매님들까지도 덩달아 행복한 표정들이었습니다.

 

그 자매님들이 집으로 돌아가신 뒤 솔직히 개인적으로 많은 반성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앞이 전혀 안보여 왕불편한 가운데서도 천국을 사는 듯이 평화와 고요함 속에 지내시는 자매님의 얼굴과 갖은 근심 걱정으로 찌들린 데다 세파에 시달릴 데로 시달리다 못해 팍 삭은 제 얼굴이 너무도 선명하게 대조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고 계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라."

 

진정한 평화는 세상의 재물이나 세상의 권력으로부터 얻게 되는 평화가 절대로 아닙니다. 재물이나 권력이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지요.

 

진정한 평화란 주님으로 인한 평화입니다. 주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둠으로 인한 평화, 주님만을 최우선 가치관으로 선택함으로 인해 따라오는 평화가 참평화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그 평화는 아무리 악조건 속에서도 마음의 안식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평화입니다. 그 평화는 계속되는 시련과 실패 속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평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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