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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18: 오랜 전통과 하나 되어 키리에, 엘레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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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5 조회수1,202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18) 오랜 전통과 하나 되어 “키리에, 엘레이손!”

 

 

2017년 새롭게 번역된 한국어판 「로마 미사 경본」은 자비송 원문의 한글 음차를 함께 수록하여, 번역문 대신에 그리스 말로 자비송을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낯선 외국어를, 게다가 일상어로 쓰지 않은 지 이미 오래된 성서 그리스어를 우리가 발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리말 번역문이 있는데 성서 학자나 전례 학자가 아닌 우리가 구태여 원문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나 가질 법한 물음입니다.

 

우선 ‘외국어 울렁증’에 관해서라면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문이 번역문보다 짧고 한글 표기도 단순하여 어려운 발음이 없습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크리스테, 엘레이손’. 이것이 전부입니다.

 

두 번째 물음 ‘굳이 원문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전례 거행의 본질과 교회 전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성경의 말씀뿐만 아니라 전례 거행, 특히 성사 거행에서 쓰이는 말은 본래 신자들의 정신적 만족이나 지적 취향을 비추어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공의 한계를 뛰어넘는 거룩한 진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신자들을 진리로 이끄시고, 그들의 삶 안에 그리스도를 영원히 살아 있게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례 거행에서 쓰이는 말들 대부분이 성경에서 직접 가져오거나 적어도 성경의 이야기와 가르침을 가리키는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어떤 부분들은 그리스도교 전례의 오랜 역사 동안 원래 단어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멘’, ‘알렐루야’ 같은 말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 발표한 ‘로마 전례서 발행에서 모국어 사용에 관한 훈련 「진정한 전례」’는 ‘키리에/크리스테, 엘레이손’도 보존해야 할 고대어 단어라고 보았고, 원문 사용을 “적어도 하나의 선택으로라도 남겨 두어” 원문을 신중하게 존중하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리스어가 국제 공용어로 사용되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그리스 말로 전례를 거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라틴 말이 그리스어의 자리를 대체한 후에는 라틴 말로 전례를 거행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전례 표준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마 예법의 라틴 말 전례문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지 않고 수 세기에 걸친 교회의 경험에 의지하여 교부들에게 물려받은 교회의 신앙을 전달하였습니다. 따라서 라틴 말 미사 경본에도 ‘키리에, 엘레이손’은 언제나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이었던 대(大) 알베르토 성인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이 기도가 왜 전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 말로 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신앙은 그리스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우리 라틴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똑같이, 베드로와 바오로가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라틴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우리는 이 은총이 그리스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우리에게 왔음을 기억하기 위하여 맨 처음 하느님의 자비를 소리쳐 불렀던 그 사람들이 쓰던 단어와 음절을 지금까지도 간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 교부들에게서 이 영예를 받았으므로, 그분들이 제정한 전통을 우리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자비송의 한국어 번역문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전례 공동체가 함께 옛 그리스 말로 된 자비송을 함께 부르며, 오랜 전례 역사에서 똑같은 노래를 똑같은 발음으로 불렀던 모든 신자와 영적으로 하나되는 일도 똑같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2020년 7월 26일 연중 제17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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