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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03 조회수1,740 추천수13 반대(0)

함께 지내는 자매님의 이야기입니다. 병원에서 아들이 큰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들도 낙담하였고, 자매님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기도와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워낙 강인하고, 밝은 성격이라 전혀 몰랐습니다.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지난번의 검사가 오진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자매님의 목소리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이번에 흘리는 눈물은 걱정과 탄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흘리는 눈물은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헤어져야 했던 며느리도 다시 돌아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모두 기뻐하며 감사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조선이 망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외세의 침략, 정부의 무능, 국론의 분열, 기득권의 오만, 쇄국 정치를 말하였습니다. 분명 외부의 요인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지키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단일 왕조로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된 나라도 드물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문화와 유산을 간직한 나라도 드물다고 합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한글이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열린 사회가 있습니다. 일본의 침략, 한국 전쟁의 폐허를 이겨낸 나라입니다. 꽃은 피었다 지기 마련입니다. 나라도 흥하고, 성하고, 쇠락하고, 망하기 마련입니다. 부정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입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실패와 좌절의 순간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무는 직선으로 자라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무는 원형으로도 자랍니다. 우리는 그걸 나무의 나이테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직선으로 보려고 합니다. 선 위에 역사가 기록된다고 봅니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간의 인식이 주는 간결함과 편리함이 있습니다. 직선으로 흘러가는 시간에는 성공,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반복되는 순환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성공과 실패도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받아들입니다. 건강과 질병도 같은 시간의 흐름에서 받아들입니다. 순환하는 시간에는 나눔, 희생, 헌신, 사랑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은 어떤 시간을 살아야 할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시간을 살아야 하는지 말씀하십니다. 가난한 이, 장애인, 아픈 사람을 초대하라고 하십니다. 그들은 갚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직선의 시간을 사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초대입니다. 지금 나의 행위가 언젠가 나에게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초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나이테가 커다란 나무의 역사이듯이, 직선의 시간은 순환의 시간에 기대어 있습니다. 지금의 저도 수많은 이웃의 기도와 배려와 사랑과 관심이 있었습니다.

 

11월은 위령의 달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사라져가는 점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하나의 파동으로 다시 만난다는 의미입니다. 파동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해야 합니다.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해야 합니다. 기꺼이 내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 주님은 불쌍한 이의 간청을 들어 주시고, 사로잡힌 당신 백성을 멸시하지 않으신다.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어서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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