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22 조회수2,611 추천수14 반대(0)

처음 카메라를 가진 것은 중학생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모두 필름을 사용하였습니다. 필름 중에 유명한 것은 코닥 필름이었습니다. 필름이 다 감기면 사진기에서 꺼내 사진관에 갖다 주었습니다. 소풍가서 찍기도 했고, 성당 예술제에서 찍기도 했고, 여름 신앙학교에서 찍기도 했습니다. 통이 넓은 나팔바지를 입고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그 뒤로 1998년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구했습니다. 메모리카드가 있었고, 그것을 컴퓨터에 연결해서 저장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파일을 보내면 인화된 사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발명한 회사는 필름회사인 코닥이었다고 합니다. 코닥이 인화는 필름으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다면 지금도 유명한 회사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코닥은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자신들이 발명한 디지털 카메라의 힘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눈이 먼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은 빛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귀가 먼 사람이 듣지 못하는 것은 소리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본인이 눈이 멀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본인이 듣지 못한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바꾸는 것은 세상이 아닙니다. 나 자신을 바꾸어야 합니다. 나의 생각과 나의 고정관념을 바꾸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환자들의 고통과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입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경제상황입니다. 경제는 생산, 유통, 소비가 순환되어야 합니다. 이동이 제한되고, 국경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유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인해 소비가 급감하였습니다. 특히 여행, 식당, 항공, 공연과 같은 분야는 소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확산 우려 때문입니다. 소비와 유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생산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일거리는 줄어들고, 실업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정부는 새로운 길은 가고 있습니다. 전 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였습니다. 3개월 안에 소비하는 조건이며, 재래시장과 소상공인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화폐와 선불카드로 지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소비가 촉진되면 유통이 활발해지고, 유통이 활발해지면 생산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구조조정을 늦출 수 있고, 실업자도 줄일 수 있고, 경제상황도 개선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이기에 전 국민에게 소득지원을 해 주는 것입니다. 생각과 고정관념을 바꾸면 진흙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율법과 예언서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전통을 유지하고, 역사를 보존하고, 신앙을 이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규정입니다. 이런 율법과 예언서는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유법과 예언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처럼 이웃과 벽을 쌓기도 합니다. 율법과 예언서는 다른 종교와 다른 문화를 단죄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종교라는 이름으로 사상과 자유를 침해하기도 했습니다. 기득권을 지키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에 대해서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지하에서 물을 퍼 올리는 펌프가 있습니다. 펌프에는 언제나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있습니다. 지하의 물을 얻기 위해서는 마중물을 부어야 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면 엄청난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규정과 단절이 아닙니다. 소통과 관계의 개선입니다. 내가 존경받고 싶으면 먼저 존경하는 것입니다. 내가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해받고 싶으면 먼저 이해하는 것입니다. 내가 용서받고 싶으면 먼저 용서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넓은 문을 좋아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바벨탑에서 풍요로운 세상을 만날 것 같았습니다. 그 넓은 문을 통해서 환경오염, 생태계의 파괴,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새로운 전염병이 들어왔습니다. 공전의 그늘에는 난민이 있었고, 가난한 이들의 굶주림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십니다. 희생, 나눔, 양보의 문입니다. 연대와 협력의 문입니다. 우리는 좁은 문을 통해서 생명의 빛을 얻을 수 있으며,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 있습니다. 

 

나는 이 도성을 보호하여 구원하리니 이는 나 자신 때문이며 나의 종 다윗 때문이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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