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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해욱 신부의 {거룩한 내맡김의 영성} [斷想] 15. 바빠야 산다?
작성자정민선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03 조회수1,174 추천수2 반대(0) 신고
<斷想> 15. 바빠야 산다? (2010, 6, 16)

요즘 세상, 모두들 "바빠야 산다."고 말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들 있습니다.
그러나 쉼 없이 너무 바쁘면, 영혼이 죽습니다.
몸도 따라 죽습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기계도 너무 바쁘면 병이 나고, 빨리 폐물이 되어 버리는데
기계도 아닌 인간이 너무 바쁘면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조금만 한 눈을 팔면 떠난 버스 바라보기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
"느림(slow)"이 강조됨은 무슨 이유일까요?

느린 삶을 살기 위해 요가다 명상이다 마음수련이다 국선도다 하여
이것저것 다 끌어들여 하다 보니 거기에 어느덧 "신영성(new age)"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신영성은 현대인들에게 딱 알맞은 영성인 듯합니다.
왜냐하면, 너무도 개인을 우선시하고 통제 받기를 싫어하는
시대의 흐름에 또한 너무도 잘 어울리는 영성(?)이기 때문입니다.

기성종교의 통제, 간섭, 규제, 한마디로 그 잔소리들을
자신의 좁아진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싫어서 "내가 나를 위해 내 돈 들여 나를 만드는데 누가 나를
뭐라 해! 내가 선택한 건강법도 내 돈 들였으니 내가 싫어 중단해도
누가 나를 뭐라 해!" 당당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를 닦는 수련이 결코 아닙니다.
자기를 닦는 수련은 안 닦인 자기가 자기 스스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반드시 타인의, 그것도 올바른 닦음으로 닦임을 닦아 닦여진 이에게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자신을 닦으려 이리저리 자신을 닦아 줄
훌륭한 스승 찾아 삼만 리를 헤매어 왔던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자신을 닦으려 티벳이니 인도니 미국의 어디니 하며
큰돈을 들여 외국으로 외국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다시 돌아 온 그들은 또 다시 더 큰 스승을 찾아 나섭니다.
이 세상에서 "참 스승은 오직 한 분뿐!"입니다.
"너희는 스승이라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 23,8)

내맡긴 이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의 스승은 오직 "예수님"이십니다.
영적지도 신부는 단지 "보조교사"일 뿐입니다.
 
수도자들이나 성인들께서 "나의 영적 제자, 또는 나의 아들, 나의 딸"
이라고 부르셨던 것은 단지 먼저 진리를 깨치거나 수도생활을 경험하거나
했기 때문입니다.

편의상 그렇게 불러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것일 뿐,
참 스승은 오직 스승 예수님이십니다.

스승을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참 스승이신 예수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맡기게 되면 예수님을 스승으로 얻게 되고
모든 것을 스승 예수님께서 다 해 주시게 되는 것입니다.

스승 예수님이 모든 계획을 하나하나,
시시때때로 잘 알려 주시면, 바쁠 필요가 전혀 없고,
바쁜 일로 바쁜 상황이 되더라도 바쁘지가 않습니다, 마음이!
바쁘지 않아도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고, 오히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 내맡긴 이들이 초기에 "바쁨"을 맞닥뜨렸을 때마다
계속해서 많은 "느긋함"을 가지려 노력함이 매우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노력하면 그 다음부터 아주 쉽게 그 바쁨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께 내맡김을 봉헌해 드릴수록, 더욱 느긋해 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바쁜 일정조차 당신이 다 알아서 이리저리
조정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조정에 그것을 내맡겨 드리면 드릴수록,
우리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조정해 주십니다.

정말 혀를 찹니다, 정말로요.
그러한 경험을 몇 번 정도 체험하면 하느님에 대한 굳은 신뢰로
곧 "무뇌인간(無腦人間)"이 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뿐입니다.
그동안 쌓고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자신에게서 빼내어
무뇌인간이 되려는 노력, 그것이 그 사람의 삶이 됩니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무뇌인간이 좋음을 한 번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내맡기는 삶은 느림도 바쁨도 아닌, 하느님 맘대로,
엿장사 맘대로의 삶입니다.
하느님께 내맡겨진 이는 자기 대신 하느님이 당신 맘대로 사시라고
나를 내드렸고, 만들어진 엿장수의 엿은 엿장사 맘대로 하라고 엿판
위에 올려진 것입니다.

내맡긴 이들은 바쁨 속에서도 바쁨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바쁨을 즐기며,
느림 속에서도 게으름 없이 느리지 않는 느림을 누리게 됩니다.
흐르는 물처럼 부는 바람처럼, 바람을 타고 물을 타고
그리고 하느님 뜻 속에서 그 뜻을 타고 사는 이들입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나중엔 참으로 그렇게 완전히 되도록 이끌어 주심을 저는 아주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그 이끄심을 느끼고 살아가니까요.

사랑하는 여러분!
이 바쁘다는 세상에서 남들이 바쁘다 해서 덩달아 바쁘지 맙시다.
바쁨은 모든 걸 잃게 합니다.

인생도 과속은 위험한 것입니다.
도로만 보고 내달리는 고독한 인생을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거룩한 내맡김"입니다, 하느님께 말입니다.

그러면, 도로 주변의 생명들에게로 눈이 돌려집니다.
생명 안에 살며시 숨어 계신 하느님, 우리의 주인이시며,
우리의 아버지이신 그분, 생명들의 주인이신 사랑의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분을 만나면 곧 그분과의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바쁨을 모릅니다.
바쁠 필요가 조금도 없습니다.

바쁨은 사랑이 아닙니다.
느림도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시간이 아니기에 시간을 모릅니다, 시간을 느끼지 못합니다.
시간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시작도 끝도 없으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내맡김을 늦추려함은 시간을 알고 시간을 헤아림입니다.
시간이 없는 것인데 어떻게 시간을 알고 시간을 헤아려 늦추려 합니까?
그것은 시간 속에 들어 온 "시간 아닌 시간의 홀림", 그 넘의 유혹일
뿐입니다.

부디, 시간을 잊고 시간 속에 자신을 내맡김으로 시간을 창조하고
시간의 주인과 함께 영원한 시간을 살아갑시다.

(소리로 듣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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