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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4-06 조회수73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마르 16,9-15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성향을 지니고 있기에 그가 본 것이 ‘100% 사실’이 맞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상황이나 현상을 완전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기에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 100% 맞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요.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판단에 흔들리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며,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현상 안에 있는 본질을 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지혜는 오직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보아야 믿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일단 하느님의 뜻을 먼저 믿으며 그 믿음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아야만 그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알아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은 하느님의 뜻보다 사람의 판단을 더 믿는 모습을 보입니다. 즉 세상과 삶을 이성과 논리라는 세속적인 관점을 통해서만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해도 믿지 않았습니다. 또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는 말도 믿지 않았습니다. 한 번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세상의 판단을 더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려면 이성이라는 한계, 상식이라는 제약을 무한히 뛰어넘어야 하고, 그런 큰 도약을 위해서는 자기 고집과 생각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불신의 아이콘’은 토마스 사도 한 사람이 아니라 제자들 전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그들이 식탁에 앉아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십니다. 당신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세 번이나 죽음과 부활에 대해 분명히 예고하셨는데도 그 말씀을 가볍게 여기고 흘려들은 그들의 부주의를 안타까워하십니다. 그 말씀을 제대로 귀기울여 들었다면, 그 말씀을 생각하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바라보았다면, 그분의 죽음이 힘이 없어서 당한 무기력한 죽음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시기 위해, 당신께서 너무나 사랑하시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신 숭고한 희생이었음을 알아보았겠지요. 그랬다면 걱정과 두려움에 떨며 숨어있지 않았을 겁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실 놀라운 사랑의 섭리를, 오묘한 구원의 신비를 찬미하며 부활하신 주님을 맞이할 날을 기쁘게 기다렸을 겁니다.

 

제자들에게서 드러난 이런 부족함과 완고함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믿음에는 반드시 실천이 필요합니다. 제자들이 주님의 가르침을 그렇게 많이 듣고, 그분께서 일으키시는 기적들을 그렇게 많이 보았음에도 그분의 부활을 믿지 못한 것은 하느님의 일을 하지 않고 사람의 일에만 신경썼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일에만 몰두하면 사람이 지닌 안좋은 모습들, 죄와 허물, 부족함과 한계가 보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입에서 불평과 불만들이 튀어나오고 세상과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지요. 그러나 하느님의 일에 몰두하면 하느님이 지니신 좋은 점들, 그분의 전능하심과 지혜, 용서와 포용, 사랑과 자비가 보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입에서 감사와 찬미가 우러나오고 세상과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일을 하라고 하십니다. 그분 뜻에 따르는 말과 행동으로 온 세상에 복음을, 하느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시며 그런 분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널리 전하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시는 참된 행복의 비결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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