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6-14 조회수7,749 추천수13 반대(0)

학생 때입니다. 영어를 배우면서 참고서를 샀습니다. ‘성문 기초영문법, 성문 기본영어, 성문 핵심영어, 성문 종합영어를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기초 영문법은 단어도 쉽고, 문제를 풀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본영어, 핵심영어, 종합영어를 거치면서 난이도는 높아졌고, 단어도 어려웠고, 문제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쉽다고 기초영문법만을 가지고 공부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더 높은 단계의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때도 그렇습니다. 이론을 배우고, 처음에는 낮은 바다에서 공기를 넣고, 빼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장비를 몸에 맞게 조이고,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물고기를 보고, 산호를 보고, 바다 속을 자유롭게 다니기 위해서는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야 합니다. 30미터의 깊이까지 들어가면 물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바다의 많은 고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속의 지형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기도 하고, 조류의 방향을 피할 수도 있고, 밤에도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런 사회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더 많이 노력하고, 더 크게 양보하고, 더 많이 내어 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외교, 안보, 경제에 산적한 문제들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서두르기 보다는 기다리고, 하나씩 매듭을 푸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제가 되기 전에 신학생들은 30일 피정을 합니다. 저는 10년간 학생들의 피정을 도와주었습니다. 피정 중에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묵상이 있습니다. ‘3가지 유형의 사람들과 겸손의 3단계입니다.’ 3가지 유형의 사람은 씨 뿌리는 이의 비유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하면서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사람,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하면서 행동으로 실천하지만 유혹과 시련이 다가오면 쉽게 포기하는 사람,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시련과 유혹이 있어도 굳은 결심으로 극복하는 사람입니다. 3번째 유형의 사람이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신학생들은 힘들어 했습니다.

 

겸손의 3단계도 비슷합니다. 겸손의 1단계는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운전으로 비유하면 준법운전입니다. 이정도만 해도 신앙생활을 잘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겸손의 2단계는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 계명을 잘 지키고, 선행을 하는 것입니다. 운전으로 비유하면 안전운전입니다. 성당에서 봉사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있으면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이 정도면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합니다. 겸손의 3단계는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 놓은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 했듯이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복음 때문에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다가와도 그것을 오히려 기쁘게 여기는 것입니다. 운전으로 비유하면 양보운전입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부와 명예와 권력을 포기할 수 있고, 아픈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오래 사는 것도 포기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겸손의 3단계를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신학생들이 힘들어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과 꿈을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것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자비를 베풀고,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하느님 나라는 여성, 죄인, 병자, 이방인에게도 똑같이 주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모든 장벽들을 허물고 싶어 하셨습니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모든 율법과 계명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율법과 계명은 울리는 징과 같습니다. 사랑이 있어야 율법과 계명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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