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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종이처럼 구겨진 신발 / 따뜻한 하루[37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4-06 조회수96 추천수1 반대(0) 신고

 

 

저는 지역아동센터 교사로,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 모두가 사랑스럽지만,

특히 또래에 비해 어른스런 12살 찬호에게 마음의 정이 더 가고 있습니다.

예순 넘은 아빠와 베트남 엄마사이에 태어난 그는 2명의 동생과 함께 삽니다.

아빠는 청각과 언어장애뿐만 아니라, 하지 기능장애까지 있어서 일할 수가 없고,

베트남인 엄마도 청각과 언어장애를 앓고 있어, 일자리 얻기가 참 힘든 상황입니다.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렵다보니, 그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지 못해 또래보다 많이 왜소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찬호지만,

언제나 밝은 미소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대해주어, 늘 마음속에 담아두는 아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찬호를 만났습니다.

신발을 구겨 신고 다니기에 저는 찬호에게 말했습니다.

"찬호야, 신발을 구겨 신고 다니면 안 돼, 보기도 안 좋아."

그러자 그는 알겠다고 꾸벅 인사하고는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다음 날 여전히 신발이 종이처럼 구겨진 채로 센터에 왔기에, 그를 불러서 타일렀습니다.

"찬호야, 선생님이 어제 한 말 잊지 않았지? 그렇게 자꾸 신발을 구겨서 신고 다니면,

예의에 어긋나고, 신발도 금방 망가지니깐, 다시는 신발 구겨 신고 다니면 안 돼."

 

그러자 찬호가 울먹이며 저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신발이 너무 작아서 신을 수가 없어요.

구겨 신지 않으면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이렇게라도 신고 다녔어요.“

 

순간, 저는 너무나 미안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찬호를 한참이나 꼬옥 껴안아 주었습니다.

가정 형편상 신발 살 수 없어, 작아진 신발을 구겨 신고 다니는 걸 미처 몰랐던 겁니다.

 

그 길로, 찬호의 손을 잡고 신발가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찬호에게 꼭 맞는 신발을 사 주었습니다.

세상 모든 걸 얻은 것처럼 환한 그의 모습에,

저도 함께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찬호마냥 구겨진 신발을 신고 다니는 이가 아직도 주위에는 무수히 많습니다.

믿음은 이런 이를 즐겨보도록,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으로 선물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굶주린 이로, 목마른 이로, 나그네로, 헐벗은 이로 우리를 찾습니다.

우리는 머무는 지금 여기에서, 그분께서 간절히 부르시는 그곳으로 기꺼이 달려갑시다.

 

감사합니다. ^^+

태그 신발,은총,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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