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30 조회수7,598 추천수10 반대(0)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가기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며칠 전에 어린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그 아이들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직행버스와 완행버스를 보면서 쓴 글입니다. “가다가 손님 오면 고약한 직행은 그냥 가고요. 인정 많은 완행은 태워줘요. 달리기는 직행이 이기지만 나는 인정 많은 완행이 더 좋아요.” 아이의 글을 읽으면서 오래 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청량리에서 강릉까지 가는 완행열차였습니다. 좌석은 있었지만 힘들어하는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였고, 바닥에 앉아서 친구들과 밤을 새워 이야기 했습니다. 지금은 완행열차도 없고, 깨끗하고 빠른 KTX를 타고 다닙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설렘과 낭만은 느끼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가 이 세상이라는 버스에서 정거장 마다 다 내려서 실컷 보고 오기를 바라실 것 같습니다.

 

집 선반에 매달린 메주를 보고 쓴 글입니다. “시골집 선반 위에 메주가 달렸다. 메주는 간장, 된장이 되려고 몸에 곰팡이가 피어도 가만히 있는데 우리 사람들은 메주의 고마움도 모르고 못난 사람들만 보면 메주라고 한다.” 어릴 때입니다. 장독대에는 간장, 고추장, 된장이 장독마다 가득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그렇게 직접 만드셨습니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장독 뚜껑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간장에 들기름 넣어서 국수를 비벼먹었습니다. 고추장에 나물 넣어서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된장에 고추 찍어서 먹었습니다. 모든 것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형제들이 작은 밥상 주위에 모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루 종일 놀다왔어도 어머니는 머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긴 그때는 이런 말이 광고에 나왔습니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 지금은 먹거리가 훨씬 많습니다. 신선한 야채가 있습니다. 우유도 있습니다. 생선과 고기도 원하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릴 때 먹었던 간장, 된장, 고추장이 생각나고, 작은 밥상이 그립습니다. 그곳에는 식구가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서 말씀을 통해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믿음입니다. 어린아이는 아빠가 손을 내밀면 높은 곳에서도 뛰어 내립니다. 아빠가 받아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가 의심을 하면 아빠가 손을 내밀어도 쉽게 뛰어 내리지 못할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100세에 얻은 아들 이사악을 하느님의 제단에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제물로 바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랐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욥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좋은 것을 주셨을 때 감사했다면, 하느님께서 나쁜 것을 주셨을지라도 감사드립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선 땅으로 왔던 파리 외방 전교회 신부님들을 생각합니다. 신부님들의 부모님들은 아브라함과 같은 마음으로 아들 신부들을 조선으로 보냈을 것입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신부님들도 알았고, 부모님들도 알았습니다. 그것은 이성의 힘이 아니라, 신앙의 힘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중풍병자는 혼자서 예수님께 갈 수 없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중풍병자를 평상에 들고 예수님께로 데려 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중풍병자를 치유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작은 수고와 노력은 중풍병자가 치유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봉사자들의 마음을 보시고, 중풍병자를 고통에서 치유시켜 주셨습니다. 어떤 분들은 좋은 방법을 찾기 보다는 지금 잘못된 것들을 찾고 비난하는 것을 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분들의 수고와 땀은 생각하지 못하고 눈앞에 드러나는 작은 허물들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을 봅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바리사이파 사람과 같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중풍병자를 평상에 들고 왔던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마중물이 될 때, 우리가 하느님의 뜻이 드러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봉헌 할 때, 하느님께서는 더 많은 축복을 주십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랑의 마중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그분께 데려왔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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