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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장례 예식서와 상장례에서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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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05 조회수74 추천수0

장례 예식서와 상장례에서 주의할 점


성당 입구에서 성수 뿌리는 예식과 장례 미사 분리해 거행

 

 

김수환 추기경 장례 미사가 2009년 2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새 「장례 예식」은 장례 미사 때에도 시작 예식을 생략하지 말고 처음부터 빠짐없이 거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주교회의는 최근 2년간 상장례와 관련된 예식서(「상장 예식」,「장례 예식」,「장례 미사」)를 잇달아 새롭게 출간했다. 위령 성월을 맞아 예식서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 상장례 예식에서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가톨릭교회는 16세기 중국에서 선교를 시작하면서 장례와 제사 문화를 접했다. 제사를 조상에 대한 감사와 공경을 드러내는 미풍양속으로 인정할지, 미신으로 여길지 100년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1742년 베네딕토 14세 교황은 제사를 ‘미신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유교 문화가 지배적이던 당시 조선 사회는 제사를 금지하는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신앙 선조들은 박해 속에서도 제사 대신 천주교식 장례를 치렀다. 이때 사용했던 상장례 예식서와 기도서가 바로 「천주성교예규」다.

 

「천주성교예규」는 로마 예식서와 중국 「성교예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우리 장례 문화에 맞게 예식을 재해석한 한국 교회만의 고유 장례 예식서다. 신자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상장 예식」의 모본(母本)이기도 하다.

 

흔히 ‘연도책’이라고 불리는 「상장 예식」은 1989년 ‘상장례 토착화 연구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십수 년에 걸쳐 각 분야 전문가의 연구와 검토 끝에 2003년 발간됐다. 연도를 비롯해 우제(초우, 재우, 삼우), 화장, 제사 등 우리나라 장례 문화 특유의 요소들을 가톨릭교회 장례 예식에 맞게 적용시켰다. 이후 새 성경이 나오고 미사경본이 바뀌면서 그에 맞게 수정된 책이 2018년 발간됐다. 수정본은 신자들이 보기 쉽게 책 크기를 키웠고,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을 뒷부분에 첨부했다.

 

제사를 금지하던 교황청 지침은 1939년 제사를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사를 미신이나 우상숭배가 아니라 ‘문화 풍속’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제사를 ‘허용’하지만 권장하지 않는다. 제사보다는 성당에서 위령 미사를 봉헌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지침’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허락한 제례는 유교식 조상 제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예식이다. 따라서 한국 천주교 제례의 의미가 조상 숭배의 개념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어본 장례 예식서는 교황청이 발간한 「장례예식 표준판」을 번역하여 1976년 출판됐다. 하지만 라틴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어서 한국의 상장례 문화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한계를 지녔다. 이후 「상장 예식」이 완성되고 「상장 예식」 안에서 전례 예식 부분만을 따로 뽑아 만든 것이 「장례 예식」이다. 2004년 「장례 예식」(시안)이 만들어지고 나서 2018년이 돼서야 새 성경과 미사경본에 맞게 새롭게 번역, 출간됐다.

 

새 「장례 예식」은 그동안 관행처럼 행해지던 몇 가지 전례 사항을 수정했다. 우선, 장례 미사 전 성당 입구에서 사제가 시신에 성수를 뿌리고 기도하던 예식과 미사를 분리했다. 이전에는 성당 입구에서 하던 예식을 미사의 시작으로 보고, 사제와 유가족이 모두 성당에 들어오면 미사 시작 예식을 생략하고 본기도로 들어갔다. 새 「장례 예식」에 따르면 장례 미사 전 성당 입구에서의 예식은 ‘죽은 이의 집에서 하는 예식’으로 장례 미사와는 별개다. 성당 입구에서 예식을 했더라도 입당 후 미사 주례자는 제대에 인사하고 십자성호를 긋는 시작 예식부터 빠짐없이 미사를 거행해야 한다.

 

또 장례 미사 집전이 금지된 날(의무 대축일, 성주간 목요일, 파스카 성삼일, 대림ㆍ사순ㆍ부활 시기 주일)에도 위령 미사 기도문이 아닌 그 날의 전례 기도문을 사용하면 장례 예식을 거행할 수 있다. 장례 미사 때 고별식은 강복과 파견 예식을 대체하므로, 고별식을 했다면 강복과 파견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장례 미사」는 2019년 1월 사제들의 장례 미사 집전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간행됐다. 기존 「장례 예식」에서 미사 통상문과 독서 등을 수록했다. 또 장례 미사와 구분되는 ‘사망소식을 들은 뒤에 드리는 미사’ 기도문과 ‘성당 밖에서 거행하는 기일 미사’ 기도문도 포함했다.

 

 

가톨릭대 신학대 전례학 교수 윤종식 신부(의정부교구)

 

설이나 한가위와 같은 명절 때면 각 본당에선 조상을 기억하며 위령 미사를 봉헌한다. 이때 몇몇 본당에선 제대 앞에 제사상을 차린다. 가톨릭대 신학대 전례학 교수 윤종식(의정부교구) 신부는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의 공간과 조상께 드리는 공경의 공간은 명확하게 분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오히려 신자들에게 미사와 제사가 같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윤 신부는 “미사가 완전히 끝난 뒤 상차림을 하고 연도를 바치거나 다른 장소에서 예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윤 신부는 또 불교에서 유래한 49재를 지키는 풍습이 가톨릭교회 교리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49재는 죽은 뒤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윤회설에서 비롯한다. 죽은 뒤 하늘나라에서 주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누린다고 가르치는 가톨릭교회는 윤회를 인정하지 않는다. “49일에 맞춰 미사를 봉헌하기보다 신자라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성령이 강림한 50일을 기준으로 기일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전례의 토착화와 사목적 배려를 강조하다가 자칫 교회 정신과 가르침에 어긋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윤 신부는 이어 보다 토착화된 「장례 예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화장률은 84.6%(보건복지부, 2017)에 이른다. 윤 신부는 “「상장 예식」에는 화장하기 전에 하는 기도가 포함돼 있지만 정작 전례에서 사용하는 「장례 예식」에는 수록돼 있지 않아 이 부분이 좀더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목자에겐 장례 미사 집전뿐만 아니라 화장터, 장지까지도 동반하는 노력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윤 신부는 상장례 예식에서 죽음이 슬픔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기쁨의 의미가 좀더 드러나기를 바랐다. 초기 가톨릭교회는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며 감사의 노래를 불렀다. 윤 신부는 “연도에서 파스카의 의미가 담긴 시편 24편, 113편, 117편이 앞으로 추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시편은 초기 교회에선 불렸지만, 중세를 거치면서 생략됐다.

 

이와 함께 “죽음의 상징이 된 검은색 상복이 부활을 나타내는 흰색으로 복원돼야 한다”고 했다. “한민족의 상복은 흰색이었고, 삼베옷을 입었죠. 그리스도교 부활의 상징도 흰색입니다. 초기 교회 신자들은 장례식 때 흰옷을 입었고요. 지금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흰색 양복을 입기는 어렵겠지만, 흰색을 복원할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1월 3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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